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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리뷰] 경남, 수원을 수난시대로 몰아넣은 비결은?

달림토미 2012. 7. 10. 09:27

  

 

 

 

  홈 8전 '전승'. 수원의 어마어마한 기록은 무승부로 고춧가루를 뿌린 제주에 의해 한 단계 낮은 '무패'로 바뀌었다. 그래도 경기장을 찾은 홈팬들에 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 대단한 일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오늘, 구단 내부 사정 탓에 바람 앞 등불 마냥 위태로웠던 경남에 무려 3골을 허용하며 넉다운됐고, 무기력한 경기 내용에 홈팬들은 성이 났다. 2경기 연속 무득점 패배, 실점은 총 8골. 이거 수난시대가 따로 없다. '다윗' 경남이 '골리앗' 수원을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었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지금부터 그 요소를 조목조목 따져보려 한다.

 

 


 

 

  

  원정 때마다 플랫 3를 즐겨 쓰던 경남, 오늘도 역시 똑같은 선택으로 밑그림을 그렸다. 보통 플랫 3의 경우 상대팀이 투톱을 활용할 땐 수적 싸움에서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지만, 원톱을 활용한다면 잉여 자원 발생이란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플랫 3의 경남과 스테보 원톱의 수원. 자칫하면 본인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소에 경남은 어떤 식으로 대처했을까.

 

  최진한 감독은 플랫 3중 한 명인 강민혁을 사실상 '프리롤'로 두며 곳곳에서 수비 능력을 뽐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조광래 前 대표팀 감독이 조용형을 플랫 3의 중간에 두어 '포어 리베로'로 활용하겠다던 계획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 볼 장면이었다. 이는 상상 이상의 효과를 가져왔다. 4-1-4-1, 즉 중앙에 오장은-박현범 라인을 가동하고, 경우에 따라 측면의 에벨톤C-서정진이 중앙으로 들어오며, 때로는 이용래까지 뛰어들어 허리에서의 수적 싸움에 적극적이었던 수원은 이 진영에서 상당히 고전했다. 가뜩이나 최영준이라는 알짜 자원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강민혁까지 가담하며 힘을 보태주었으니 말이다.

 

  경남이 전술적으로 훌륭했음은 물론이다. 그렇다고 공격을 시도하는 수원의 클래스는 애써 무시한다고 해서 무시될 수준이 아니다. 경기 초반만 해도 수원은 경남의 이러한 전술적 대처에 아랑곳 않고 찬스를 조리있게 만들어나갔고, 그 결과 결정적인 골 찬스도 여러 차례 나오곤 했다. 하지만 전술이고 뭐고 상대의 마무리 슛팅을 무조건 막아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땐 경남 선수들의 '강인한 정신력'이 빛을 발했다. 특히 정다훤을 비롯한 수비수들이 수원 공격수들보다 한 발자국 더 뛰어 온 몸을 날려 슛팅을 막아내던 모습은 '김병지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는 미친 선방과 함께 경남의 승리를 예견하게 할 만큼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단단한 수비벽을 구축한 경남이 노린 다음 단계는 부스터를 장착한 역습으로 수원 진영을 신명나게 가로지르는 일이었다. 경남은 최영준이 아래로 내려와 강민혁과 함께 플랫 3의 1차 방어선 역할을 톡톡히 해낸 덕분에 강승조를 조금 더 공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공격 때마다 김인한-까이끼-윤일록 3톱에 강승조까지, 4명 이상을 활용할 수 있었던 경남의 역습 과정은 참으로 간결하면서도 알찼다.

 

  수원의 수비적인 문제점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현재 수원은 포항(431개), 광주(425개)에 이어 419개로 파울 개수 3위다. 이를 두고 '반칙왕'이라며 부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상대를 강하게 몰아치는 가운데 역습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목적에선 일찌감치 파울로 끊는 것만큼 현명한 선택도 없다. 위험 진영만 아니라면 파울도 상대 공격을 미리 끊어내는 하나의 전술이 될 수 있다. 다만 오늘의 수원은 경남이 치고 올라오는 데 너무나도 관대했고, 결국 '바리케이드'가 돼 1차적인 수비 임무를 해내야 할 허리 라인은 '톨게이트'가 되고 말았다. 그마저도 하이패스를 장착한 경남은 조금의 지체 시간도 소모하지 않았다.

 

  경남이 허리 라인을 넘어선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건 아니었다. 수원엔 최종 수비 라인이 경남의 질주를 저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남아있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문제는 여실히 드러났다. 보스나-곽희주 중앙 수비에 양상민(오장은)과 오범석까지 들어와 수비 숫자가 결코 적은 게 아니었음에도 집중력 부족에 위험 진영에서의 역할 분담 실패까지 겹ㅕ 빅버드가 무너지는 걸 바라봐야만 했다. 불과 일주일 전만해도 18경기 15골 실점으로 13골을 내준 서울에 이어 최소 실점 2위를 달리던 수원. 포항전 5골, 경남전 3골, 두 경기에서 내준 8골은 충격은 생각보다 심하리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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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_Euita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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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K리그 토론방
글쓴이 : 홍의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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