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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칼럼. <김상호 감독이 말하는 강원의 2012시즌>

달림토미 2012. 2. 24. 15:55

   

  2011시즌 결산에 해당하는 1, 2편은 1월 초에 업로드를 완료했는데 3편은 이제야 빛을 본다. 왜 이렇게 업로드가 늦었느냐. 다소 민감할 수밖에 없는 영입 건과 관련해 확정된 팩트로 글을 쓰고 싶었고 선수 활용이나 전술 운영 면에서 시즌 개막 직전에 올리는 게 팬분들의 기억 속에 조금이라도 오래 남겠다 싶어 의도적으로 업로드를 미뤘다. 몇 번이고 강조하고 싶은데 정말 게을렀던 건 아니다.

 

  3편에는 2012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며 인터뷰 시기와 업로드 사이에 한 달 정도의 차이가 있어 부연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괄호를 사용해 덧붙였다.

  

 

 

선수 구성의 시발점이었던 드래프트는 대세대로 조용했다.

 

- 작년에 뽑은 6명의 선수는 다들 최소 1~2경기씩 뛰어봤고 그 중 이민규, 김진환은 주전에 버금가게 성장했다. 워낙 선수 자원이 없다고 해서 한 번 들여다봤는데 수준이 낮긴 낮았지만 그 속에서도 기대해 볼 만 한 선수들은 있었다. 1순위 측면 수비 이재훈, 그리고 2순위 공격수 김동기, 그리고 번외로 지명한 문성고 출신 고민주, 이 세 명 정도는 1군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 일간스포츠

 

이적 시장에서 보여준 폭풍의 전야였던 것 같다. 우선 김은중, 배효성 두 베테랑의 합류가 눈에 띈다.

 

- 3년 동안 중심적인 역할을 해줬던 이을용, 정경호 두 선수가 나가면서 그 자리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정말 고심했다. 그런데 다행히도 김은중, 배효성 두 선수가 스스로 연봉을 삭감하면서까지 강원에 와서 재도전을 해보겠다라고 하더라. 그런 정신적인 부분이 정말 고마웠다. 새로운 선수를 영입할 때 무엇보다도 ‘정신’적인 것을 우선으로 여겼는데 마침 그때 딱 나타난 것이다. 정신적인 부분에서 준비가 된 선수들이 오면 감독에겐 정말 큰 복이다. 

 

 

  

골키퍼 송유걸도 합류했다. 원래는 군대 얘기가 나왔었는데.

 

- 유현이 재계약 의사가 없어서 골키퍼 자리도 고심을 많이 했는데 프로 경험이 있는 송유걸이 들어오게 됐다. 들어오는 과정이 꽤 힘들었다. 본인도 FA긴 하지만 군대를 가야겠다고 고집을 피웠는데 그걸 설득하고 설득해서 합류하게 됐다. 주전이라고는 장담을 못한다. 합류한 이상 김근배, 양한빈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베스트 자리에 오를 수 있다.

 

 

 

그 외 영입 루머 얘기도 해보자. 서울발 소식이 있었는데.

 

- 강정훈 선수는 내부적으로 검토해서 임대로 쓰고 싶다고 서울 측에 의사표시를 했다. 강원으로 보내주면 경험도 많이 쌓게 하고 성장을 시켜서 돌려보내겠다고 해서 처음에는 얘기가 긍정적으로 흘러갔는데 나중에 서울 측에서 본인들에게 필요한 선수라며 안 되겠다고 하더라. 최종환 선수 얘기는 사실무근이다. 서울 쪽은 강정훈 선수 하나였다.

 

 

 

남궁도 얘기도 있고, 잠깐 나왔던 이승렬 얘기도 있었다.

 

- 1월부터 FA시장이 열리면서 이런 저런 소문이 나돈 것 같다. 팬들의 바람이 조금씩 루머에 투영된 게 아닐까 싶다.

   (이번 이적 시장에서 최종환은 인천으로, 이승렬은 감바 오사카로 이적했다.)

 

  

 

 

 

 

 

ⓒ 강원FC

 

일단 이 선수들을 데리고 중국으로 떠난다. 겨우내 훈련 계획은 어떻게 되나.

 

- 1월은 중국에서, 2월은 제주에서 보낸다. 우리가 3년 동안 훈련을 했는데 선수들의 기본 체력이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일본 피지컬 트레이너를 불러 일하게 됐다. 축구 선수에게 가장 필요한 근력의 힘이 골반, 골반을 싸고 있는 복근과 허리 근육, 그리고 밑에 있는 햄스트링 쪽이다. 이런 근육을 바탕으로 한 기초 체력이 현재로선 30점 정도밖에 안 된다. 이는 강원 뿐 아니라 기본을 무시했던 모든 선수들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건물을 하나 쌓더라도 지반을 깊게 파서 건물을 올려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부분을 이번 동계 훈련에 굉장히 중요시해 처음부터, 기초부터 새로이 쌓아갈 생각이다. 예년과는 조금 다른 게 이런 부분이다. 이렇게 해야 부상이 안 나온다. 선수들에게 그토록 강조한 점이 이번 두 달 동안엔 절대로 부상자가 나오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이런 기초 체력을 잘 쌓아놔야 한다. 기초 체력을 바탕으로 한 정신력이 준비가 된다면 기술적이나 전술적인 부분은 빨리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본다.

 

 

 

 

 

 

 

 

김상호 감독의 자료에 근거해 작성한 시스템.

멀티로 활용한 가능한 선수들이 있으니 참고하셨으면 한다.

 

 

전체적인 판 얘기도 들어보고 싶다. 시스템 측면에서의 변화는 있나.

 

- 시스템으로 보면 작년에는 4-2-3-1을 활용했는데 지금 구상하고 있는 것은 4-4-2에 가까운 시스템이다. 투톱에 윙어들이 가운데로 들어오고 양 풀백들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해 측면 공격의 빈자리를 메운다는 계획이다. 그로 인해 생기는 공백은 중앙 미드필더들과 중앙 수비들이 내려와 채우면서 상대의 역습에 대비한다.

 

  기존의 원톱을 썼을 땐 아무래도 큰 활동폭을 기대하기 힘들었는데 이번 투톱은 보다 넓게 움직이면서 측면, 중앙의 이동을 자유롭게 할 것이다. 적극적이고도 활발한 스위칭을 통해 전방의 4명은 사실상 포지션의 구별이 불분명해진다. 성적표는 이 선수들의 호흡을 통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상대를 공략할 수 있느냐ㅑ에 달려있다. 또, 측면 수비들이 공격에 가담해 정확한 크로스를 많이 넣어준다면 더 많은 기회가 생겨날 것이다. 선수들에게 이런 부분을 원하고 있고 이번 전훈 기간 동안 많은 시간을 부을 생각이다.

 

 

 

포지션 상으로 따지면 어느 곳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나. 작년 같은 경우엔 미드필드 진영이 약한 게 흠이었다.

 

- 측면은 기존의 이상돈, 오재석, 이민규, 이준형, 그리고 이번에 합류한 신인 이재훈이 있다. 이 부분은 준비가 어느 정도 되어 있어서 특별히 신경은 안 썼다. 그 외 골키퍼는 앞서 얘기했듯 송유걸이 들어왔고 중앙 수비에는 배효성이 들어왔다. 스트라이커는 김은중을 넣으며 어느 정도 숨통을 텄다.

 

  이제 문제는 여기(중앙 미드필더)다. 개인적으로 이쪽 진영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편이다. 이쪽이 강해야 전체적으로 원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다. 기존의 박태웅, 이우혁, 그리고 백종환도 이쪽에서 활용 가능한 자원이다. 이 선수들은 이제 훈련을 통해 공격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어느 정도 할 줄 안다.

 

  그런데 수비 전환 속도나 상대 역습을 저지하는 등 수비적인 부분에서는 썩 만족스럽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늘 수비에 대한 부담이 컸고 쉽게 실점을 허용하곤 했다. 이번에 김태민이 합류하면서 기대해볼 효과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태민은 기동력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지만 경기의 맥을 짚고 흐름을 읽어내는 능력이 좋은데 그게 좋은 수비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180cm가 넘는 체격 조건 덕분에 제공권 싸움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충분하다. 여기에 아직 영입은 안 됐지만 작으면서도 기동력 있는, 살림꾼 역할을 할 만한 국내 선수를 한 번 보고 있다. (며칠 뒤 강원 구단은 대전 출신 노용훈의 영입을 발표했다.)

 

 

 

중앙과 측면을 아우르는 공격 파트는 어떤가. 아직까지 김은중 말고는 특별한 영입이 없었다.

 

- 측면 선수들이 떄로는 공격적으로 직선 돌파를 해줘야 하고 떄로는 스트라이커와의 연계 플레이를 해줘야 한다. 그래서 중앙과 측면의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선수를 찾고 있는데 기존의 델리치, 이정운, 김정주만으로는 한 시즌 44경기를 소화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이 자리에도 두 선수 정도를 보고 있다. 이 자리에 선수들이 조금 더 보강되면 구상하고 있는 축구가 어느 정도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며칠 뒤 강원 구단은 전남 출신 웨슬리와 김명중을 발표했다)

 

 

 

실점율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던 중앙 수비는 어떻게 보는가.

 

- 그쪽 진영은 세밀한 플레이를 통해 패스를 어느 정도 만들어나갈 수준은 되는데 큰 선수가 없다. 180cm 초중반 정도의 신장인데 요즘 상대 스트라이커들이 굉장히 크다. 그러다 보니 셋피스에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큰 선수를 하나 보고는 있는데 크게 진행된 부분은 없다. (중앙 수비 진영은 특별한 영입 없이 배효성을 비롯한 기존 자원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 역시 셋피스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긴데 훈련을 통해 실점 비율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수비력의 큰 관건이 될 것이다.)

 

 

 

 

 

 

 

ⓒ 강원FC 

 

 

 

선수뿐 아니라 코치의 이동도 많았다. 어떤 이유 때문이었나. 

 

- 지난 3년 동안 기존 코치들과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그게 성적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오히려 작년 성적은 최악일정도로 안 좋았고 그러면서 계약 기간도 끝이 났다. 나는 지난 시즌 중간에 감독 신분으로 2012년 말까지 계약을 연장했지만 코치들은 그러지 못했다. 성적이 안 좋다보니 여론은 자연스럽게 팀 분위기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쪽으로 흘러갔고 구단의 방침도 이와 같은 방향으로 정해졌다. 새로운 판을 짜야만 하는 시기가 왔고 나를 잘 아는 사람들로 변화를 주게 됐다.

 

 

 

창단 멤버 중 이제 홀로 남았다. 진정한 시즌 2라고 볼 수도 있는데 심정은 어떤가.

 

- 작년에 감독이 됐는데 너무 안 좋은 성적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많은 고민을 했다. 창단 멤버로서 책임감도 가지고 있었고 다행히 구단에서 1년 간 임기를 보장해주면서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주었다. 3년 동안 봐왔던 강원도 분들의 축구 사랑, 열정적인 응원 이걸 어떻게 해서든 보답을 해야겠다, 이런 의미가 크다. 비록 강원도 사람은 아니지만 제 2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부흥의 길을 터야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2012년을 맞는다. 그런데 1년이라고 길게 보지 않고 시즌 들어가서 3~4월 정도에 승부를 한 번 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식상함 그 자체지만 결과적인 목표 얘기도 안 들어볼 수 없다. 그저 생존이 목표인가.

 

- 2개월 동안 중국과 제주에서 전지 훈련을 통해 만들어 보고 나서 목표 설정을 확실히 해야겠지만 뭐 어차피 승강제가 있으므로 1차적인 목표는 8강 안에 들어가는 것, 강등을 면하는 것이다. 비록 작년에 꼴찌는 했지만 앞서 말한 그런 부분만 잘 만들어 놓으면 또 다른,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닥공도, 철퇴도 있었다. 어필할 수 있는 브랜드 네이밍 구상은 해보지 않았나.

 

- 내심 이런 생각은 했다. 닥공도 있고 철퇴도 있는데 무조건 공격하라는 ‘무공’을 해볼까 했다. 물론 안정된 수비력을 바탕으로 한 공격 말이다.

 

(이 인터뷰를 빨리 업로드 안하길 잘했다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 불과 며칠 뒤 거짓말처럼 서울이 ‘무(조건) 공(격)해’ 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는데 팬들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못했고 이 광경을 지켜본 필자는 속으로 얼떨떨하기만 했다. 올해 강원의 슬로건은 멘탈축구, 3D축구-역동적이라는 뜻의 '다이내믹(Dynamic)'과 빠르게 돌진한다는 의미의 '대쉬(Dash)', 팬들에게 감동을 전한다는 의지를 담은 '드라마(Drama)'다)

 

 

 

어차피 잘하면 팬들이 다 알아서 지어주지 않겠나. 일단 올시즌 잘하고 보자.

 

- 그렇다. 다 만들어주겠지(웃음).

 

 

 

 

 

지금까지 2012 시즌 구상과 이를 맞는 심정 얘기 잘 들었다.

마지막으로 축구 외적인 질문 하나. 최근에 나르샤 홈피에 글이 하나 올라왔는데.

 

- 강원FC 창단 이후 네 번째 시즌을 맞는데 그동안 팬들과는 거리감이 조금 있지 않았나 싶다. 팀 성적이 그렇게 안 좋았는 데도 나르샤가 항상 함께 해주었다. 감독으로서 본인에 대한 출사표라는 의미도 있고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해 주고 싶은 의미도 있었다. 이런 팬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한 발 한 발 더 뛸 수 있는 것이다. 구단-선수단만 일체가 아니라 팬까지 함께 하는 삼위일체가 돼야 팀 성적이 나올 수 있다. 자주는 못하겠지만 정말 팀에 필요한 부분이라면, 팬들이 정말 궁금해 하는 부분이 있따면 항상 소통할 준비가 되어있다.

 

 

 

  30경기 3승 6무 21패, 14득점. 16팀 가운데 16위, 시즌 직후 실시된 강등 예상팀 설문조사 1위. 더 이상은 내려갈 곳 없는 강원이 올 시즌에는 살아날 수 있을까. 강원은 3월 4일 전남 원정을 시작으로 '생존'이라는 이름의 혈투를 시작한다. 김상호 감독의 포부가 올해는 빛을 볼 수 있을지 한 번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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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기]

▶ 강원FC 김상호 감독이 강원을 말하다 ①

▶ 강원FC 김상호 감독이 강원을 말하다 ②

출처 : K리그 토론방
글쓴이 : 홍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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