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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칼럼. <설기현의 마지막 행선지, 강원이 될 순 없을까?>

달림토미 2012. 1. 11. 13:44

 

 

  "그라운드에서 만날 때마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설)기현이에게 '너도 나(이을용은 강원도 태백 출신)처럼 고향팀에 와서 봉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을 했는데, 언젠가는 오겠다고 했다"  

 

  최근 FA 신분으로 기존 소속팀 울산과의 재계약이 결려됐다던 설기현에게 <축구 인생의 마지막 행선지가 고향팀 강원일 순 없을까>라는 소망을 가져본다. 선수 개인이 많은 것을 포기하고 희생해야 하는 터라 가능성은 극히 낮겠지만 이을용의 전례를 본다면 분명 얻는 것도 많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

  

 

 

 

1. 선수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하는 부분.

 

ⓒ 스포탈코리아

 

  지난 시즌 6강 PO, 어느 누가 정규리그 6위 울산이 챔피언 결정전의 고지까지 오를 수 있으리라 예상했겠는가. 울산은 모든 이들의 예상을 깨고 보란듯이 승승장구했고 <철퇴 축구>라는 고유의 브랜드까지 만들어냈다. 그 중심엔 아직 건재함을 알린 맏형 설기현이 있었다.  

 

  아무래도 설기현의 기적 같은 강원행이 성사되기에 앞서 가장 걸리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불과 한 달여 전만 해도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던 터라 그의 몸값은 아직도 꽤 높은 수준이다. 울산과의 재계약이 결렬됐다고는 해도 바로 몇몇 팀들과의 접촉이 있을 거란 언론 보도를 보면 그는 아직 충분히 매력적인 카드임에 틀림없다. 이런 선수가 강원에 오려면 연봉적인 측면에서 본인이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데 이건 그 어느 누구도 강요하기 힘든 부분이다. 진정으로 고향 팀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쌍수 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말이다. 

 

  연봉 뿐 아니라 가정을 꾸리고 있는 설기현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지역 출신인 필자가 보기에도, 또 강원 소속 선수의 몇몇 선수들이 그동안 제기했던 부분을 봐도 강원도, 특히 강릉은 선수들이 거주하기에 그리 매력적인 곳은 아니다. 더욱이 가정을 꾸려 자녀 교육에도 힘써야 하는 설기현이라면 쉽게 내릴 수 있는 선택이 아닐 것이다. 서울에 있는 가족과 떨어져 기러기 아빠 역할을 자처했던 이을용의 전례만 보더라도 말이다.

 

 

 

 

2.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영영 기회가 없을 수도.

 

ⓒ NEWSIS

 

  언젠가는 고향 팀에 오겠다고 했는데 그 "언젠가는"라는 말에 기한의 제한이 없다는 건 절대 아니다. 강원이라는 팀을 선수 개인이 들르고 싶을 때 들를 수 있는 곳이라고 판단하면 큰 오산이다. 75년생 이을용이 2009년 강원에 합류했을 때가 한국 나이로 35살이었고 79년생 설기현이 올해 한국 나이로 올해 34살이다. 이젠 선수로서의 나이도 어느 정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연배가 됐다. 지난 3년 동안 이을용이 보여준 경기력이 해를 거듭할수록 저하됐음을 우린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한 선수의 영입에 있어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선수로서의 효용 가치다. 아무리 고향 팀이라는 명분이 있어도 팀에 필요가 없는 선수라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 한두 시즌은 거뜬할 거라고 마냥 긍정적인 예상을 내놓기에도 무리가 있다. 서동현, 정경호, 김진용, 윤준하라는 기존 자원을 내보내고 김은중, 김명중을 불러들인 강원의 현상황에 설기현 카드가 추가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1년 뒤, 2년 뒤에도 그가 매력적인 카드가 될까라는 질문에는 확답을 하기 힘들다.

 

  설기현이 해외에서 돌아와 포항이라는 팀을 택했을 때도, 그리고 포항에서 나와 울산이라는 팀을 택했을 때도 잠자코 있었던 필자가 처음으로 설기현의 강원행을 희망하는 글을 써낸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지금이 아니면 영영 기회가 없을 거란 느낌이 진하게 들기 때문이다.

 

 

 

 

3.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지만, 얻는 것도 분명히 많은 선택.

  

 

 

  지난 2008년, 고향팀 강원이 창단되자 모든 걸 제쳐놓고 팀을 옮긴 후 3년 간 땀 흘렸던 이을용. 수도권의 빅클럽이었던 기존 소속팀에 있었더라면 더 나은 환경에서 공을 차고,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이 선수는 바보 같이 창단팀의 맏형이라는 짐을 짊어졌다. 역시나 창단팀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고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 23일, 고향 팬들 앞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르게 됐다. 경기 후 가졌던 인터뷰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남겼던 말이 바로 이것이었다. 

 

 

  "강원에서의 생활? 기억에 남는 게 정말 많다. 프로 생활을 하면서 5연패, 6연패 그 이상은 그 어디에서도 못 해봤는데 여기서는 그런 것도 겪어봤다. 역경도 많았지만 강원FC라는 고향팀, 그 이름만으로도 참 편안한 곳이다. 그런 곳에서 도민들의 사랑을 분에 넘치게 받았고 이제는 그 사랑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려고 한다."

 


  그동안 프로팀이 없어 철새처럼 다른 지역을 떠돌아야 했던 강원도 출신의 이 선수에겐 강원FC가 회귀할 수 있는 마지막 행선지였던 셈이다. 강릉 성덕초등학교를 거쳐 주문진중학교, 그리고 강릉상고(현 강릉제일고)를 거친 순수 강원도 촌놈인 설기현에겐 이번이 고향 팬들 앞에 나설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싶다. 자신을 키워주고 응원해 준 고향 팬들 앞에서 마지막으로 선수 시절을 불태울 수 있다는 건 먼저 거쳐간 선배 이을용의 표현을 빌려봤을 때 <크나큰 행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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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K리그 토론방
글쓴이 : 으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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