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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강원팬마저도 감동시킨 성남의 아챔 우승.

달림토미 2010. 11. 15. 13:00

 

 

결승에서 우승한 것도 아닌데

막상 종료 휘슬이 울리니 눈가에 눈물이 맺히더군요.

 

제가 이번에 도쿄에 가서 우승을 하면

최초로 선수와 감독 자리 모두에서 우승을 경험한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한 번 이뤄보고 싶은 욕심이 납니다.

 

-10월 20일 아챔 결승행을 결정 짓는

알 샤밥과의 4강 2차전 경기를 마친 후 인터뷰에서.

 

 

 

 

10월 20일 알 샤밥과의 4강 2차전 경기 스타팅 멤버.

 

 

준결승과는 달리 이번 결승전에서는

몰리나와 더불어 공격의 핵이었던 라돈치치가 빠졌다.

중앙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던 전광진도 빠졌다.

믿음직한 왼쪽 측면 수비 홍철도 빠졌다.

베스트 멤버 11명 중 무려 3명이나 팀 전력에서 이탈했다.

 

10월 20일 그 날 밤,

결승행을 결정짓긴 했지만

사진 기자분과 경기장을 나오면서 이런 말을 했다.

 

<어렵게 어렵게 결승까진 갔는데... 3명이나 빠지면 결승은 조금 어렵지 않겠어요?>

 

 

그런데 내 예상을 보기 좋게 깨며 성남은 해냈다.

이가 빠지자 잇몸으로 해냈다.

 

 

 

 

   

  이미 결과는 우승이란 타이틀로 훈훈하게 마무리 되었지만 어떤 경기를 했는지 내용 한 번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각 언론 매체의 기자 분들이나 각종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이 지나치게 성남의 우승이 갖는 의의에 치중하고 있는데 난 어제 경기의 내용을 한 번 써볼까 한다. 우승으로 끝이 나서 경기의 내용을 다룬다는 게 다소 김이 빠지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여느 글과 중복되게 쓸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조동건

 

     몰리나                                                   송호영

 

 

                 조재철                         김철호

                                  

                                  김성환

 

 

김태윤               사샤                   조병국                 고재성

 

 

                                   정성룡

 

 

 

: 사샤(28')  조병국(52')  김철호(82')

교체 : 송호영↔김진용(80')  조동건↔남궁도(84')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성남은 4-3-3을 내세워 경기를 시작했다. 라돈치치의 공백은 4강 2차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렸던 조동건이 메웠다. 전광진의 공백은 지난 경기에서는 오른쪽 미드필더로 출전했던 김성환이 자리를 옮겨 대체했고 서브 자원이었던 조재철이 김철호와 짝을 맞췄다. 홍철의 공백은 김태윤이 메웠고 고재성이 또 한 번 오른쪽 측면 수비를 맡아 경기를 치렀다.

 

 

 

 

1. 두 센터백, 굉장히 큰 일을 해내다.

 

 

  라돈치치가 빠지면서 가장 크게 걱정됐던 부분은 <공격의 마무리>였다. 몰리나가 건재하고 있긴 했지만 라돈치치가 빠지는 만큼 몰리나에게 집중질 상대 수비의 견제는 심해질 수 밖에 없었다. 조동건과 송호영이 그 압박을 분산시키는 임무를 부여 받았지만 두 선수 모두 아직은 플레이의 완성도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점에서 성남이 가진 공격 능력을 100% 이끌어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라돈치치의 공백을 메우면서 공격의 마침표를 찍는 역할을 기대 받았던 조동건은 이 날 경기에서도 결정적인 기회를 여러 차례 놓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성남에게는 사샤와 조병국이 있었다. 두 선수 모두 센터백임에도 불구하고 공격에 적극 가담해 각각 1골씩을 터뜨리며 3-1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사샤는 스로인으로 연결한 볼이 상대 수비를 맞는 혼란 상황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첫 골을 터뜨리며 승리의 첫 단추를 제대로 채웠다. 조병국은 후반 7분만에 코너킥 상황에서 골을 성공시키며 쐐기를 박았다.

 

  이 두 선수의 득점이 아니었더라면 오늘 경기의 승리, 정말 어려웠을 것이다.

 

 

 

 

2. 강하게 압박했던 미드필더 진영, 그 속에서 노출됐던 성남의 약점들.

 

  성남은 전반 초반부터 전체적인 선을 굉장히 높게 형성했다. 전방에서부터 압박에 적극적이었고 중앙 미드필더 진영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볼 탈취 지점이 중앙선 안팎의 높은 곳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빠른 공격 전개를 이뤄내 굉장히 위협적인 공격을 했다. 중앙 미드필더들이 열심히 뛰면서 수비들에게 가해질 부담을 최소화 시킨 바람직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속에서 노출된 약점이 있었다. 우선 3명의 선수들이 각자가 분담해야 할 지역을 망각하고 다소 몰리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동선이 겹치다 보니 자연스레 노마크 상황에 처한 상대 선수가 생겼다. 한 곳에 몰리다보니 동선이 겹치는 경우가 많았고 뛴 양에 비해서 수비 시의 효율은 그닥 높아 보이지 않았다. 또, 효율이 떨어지다보니 체력적인 부담에서도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후반 37분 김철호의 쐐기골이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그 이후 상황은 어찌 됐을지 모를 일이다.

 

  또, 2골을 넣은 이후엔 미드필더진의 선을 아래로 낮춰 조금 더 수비적인 경기 운영을 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2-0으로 앞선 상황에서도 똑같은 경기 방식으로 일관했고 그러다보니 뒷 공간을 노출하는 빈도가 높아졌다. 칼라트바리에게 한 골을 내준 것 또한 이런 맥락에서 설명 가능한 부분이다. 대승도 좋지만 단판 승부로 우승을 가리는 결승전이었기에 무조건 승리가 필요했다. 맞불 작전보다는 한 발짝 물러서서 승리의 여유를 즐겨도 좋지 않았을까. 뒷 공간을 노출하며 맞았던 몇 차례 위기에서 정성룡의 선방이 아니었더라면 스스로 무너질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3. 몰리나의 킥 괘도를 좀 더 효율적으로 이용했더라면.

 

 

  성남 경기를 온/오프라인에서 볼 때마다 느끼는 점은 몰리나의 킥 궤도가 정말 환상적이라는 것이다. 정말이지 그가 왼발로 감아차서 낮고 빠르게 연결한 볼은 상대 골키퍼와 수비 사이로 떨어지고 누구의 머리에만 맞아도 들어갈 것만 같다.

 

  성남으로서는 몰리나의 킥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이용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조병국이 셋피스 상황에서 골을 추가하긴 했지만 몰리나는 한 두 골 정도 더 넣을 수 있는 정말 좋은 킥을 제공해 준다. 다음 주부터 시작될 6강 PO에서 이 킥을 활용해 득점에 성공하는 빈도가 높아질수록 쉬운 경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4. 전설로 남을 신태용 감독.

 

 

  작년 초, 참 말이 많았다. 팀의 레전드 격이었던 김상식과 김영철을 내보냈고 모따, 이동국도 떠났다. 대대적인 리빌딩을 하며 새 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우려 섞인 목소리가 많았지만 결국 2009년, 감독으로서의 데뷔 시즌을 K리그 준우승으로 마무리지었다.

 

  올해부터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도 병행하면서 또 한 번 쉽지 않은 시즌을 보낼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현재 그가 받은 성적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그리고 K리그 6강 플레이오프 진출. 이번에 아시아 정상을 차지한 무대에서 어떤 선수들이 뛰었는지 궁금하면 스크롤바를 올려서 한 번 확인해 보시라.

 

  분명히 2006년 K리그를 우승했을 당시보다 선수들의 네임벨류는 떨어진다. 또, 올 시즌 K리그 정상권을 차지했던 다른 팀들과 비교해봐도 넉넉한 스쿼드는 아니다. 그런데 저 멤버를 가지고 올 한 해 잘 버텨왔고 11월에는 아시아의 정상까지 차지했다. 정말 자원을 잘 이용해 그 효율을 극대화시켰다. 이제는 신태용 감독의 능력을 인정하고 축하의 박수를 보내야 할 때가 아닐까. 정말 대단하다.

 

 

 

 

 

 

  강원팬으로서 정말 부러웠다. 2년 연속 아시아 클럽 축구를 제패한 K리그도 대단했고 더블 스쿼드 없이 아챔과 리그 모두 잡은 성남도 대단했다. 비지엠을 어떤 곡으로 할까 곰곰히 고민하다 결국 퀸의 노래로 택했다. 다른 노래는 아무때나 할 수 있지만 Champion 노래는 아무 때나 할 수 있는게 아니니 말이다.

 

  진심으로 축하하고 강원도 저 무대에 꼭 한 번 서는 날이 오길 바라며 이만 마친다.

  더욱 더 흥할 K리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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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K리그 토론방
글쓴이 : 으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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