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강원 팬들. 쓰린 속은 좀 나아지셨습니까. 결과적으로 어느덧 3연패에 접어들었으니 '위기'라는 단어를 꺼내드는 것도 그리 이상해보이진 않습니다. 지난 서울전만 해도 긍정적이었던 여론이 180도로 바뀌어버린 상주전, 그 내용과 결과에 적잖은 분들이 충격을 받으셨으리라 봅니다. 그래도 시간을 두고 쓰는 글인 만큼 감정적인 부분은 이제 잠깐 접어두고 이성적인 얘기를 한 번 해봅시다. 아무리 충격적인 패배라도 K리그는 12월까지 진행되고요, 44경기 중 11라운드 이제 막 25%밖에 지나지 않았으니까요.
1. 상주의 플랫 3를 상대로 해답을 찾지 못하다.
줄곧 플랫 4를 써왔던 상주가 5일 강릉 종합에서 있었던 강원과의 경기에서는 뜬금없이 김치곤-하성민-김형일로 구성된 플랫 3를 구사했다. 그 위에 김치우-김철호-김재성-최효진, 4명으로 미드필드를 꾸렸고 전방에는 김용태-유창현-김영신으로 이어지는 3톱이 자리했다. 형식상으로는 3-4-3이었지만 박항서 감독이 인터뷰에서도 밝혔듯 수비에 주안점을 둔 5-4-1에 가까운 시스템이었다.
이를 상대로 한 강원의 모습은 어떠했느냐. 바로 전 라운드 서울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여주었다. 주 공격 루트였던 시마다-오재석의 왼쪽 라인은 국가대표급 윙백 최효진과 센터백 김형일의 커버 플레이, 여기에 열심히 수비에 가담한 윙포워드 김영신에 완전히 질식당했다. 오른쪽도 김용태-김치우-김치곤으로 구성된 체인에 큰 힘을 쓰지 못했다. 그렇다면 중앙은? 볼 다룰 줄 안다는 평가를 받는 김철호-김재성 라인을 상대로 그렇다 할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이렇게 답답한 경기를 하던 강원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변화를 시도했다. 후반 들어 정성민과 시마다가 자리를 바꾸면서 정성민이 주로 측면에서, 시마다가 중앙에서 활동하는 빈도가 높아졌다. 또, 후반 9분 정성민 대신 장혁진을 투입하며 김은중 원톱에 장혁진-시마다-웨슬리롤 이어지는 4-2-3-1의 시스템을 시도하기도 했다. 가시적인 효과가 나오기 전에 후반 20분부터 순식간에 두 골을 얻어맞은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1-1. 지금부터가 문제,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 GWFC
상주전 0-3 완패가 전부가 아니다. 일단 원정 경기를 앞두고 있고 같은 스플릿에 속한다면 최대 3번을 더 맞붙으니 복수할 기회는 많다. 그러니 지금부터가 문제다. 측면 공격에 적잖은 비중을 두었던 강원은 상대가 플랫 3로 나오면 힘을 못 쓰는 경우가 허다했다. 창단 4년 차인 강원의 행적을 돌아봤을 때 2010년 8월 28일 대구전, 2010년 11월 3일 인천전, 2011년 6월 11일 부산전(상대 자책골로 승리) 정도를 꼽아 볼 수 있으려나. 플랫 3를 상대로 거둔 승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고 만족스러운 경기 내용을 보여준 경우도 적다.
문제는 상주전과 같은 양상이 앞으로는 더 많이 나타날 것이라는 데 있다. 시즌 초반, 전북과 서울을 포함해 5경기 연속 무실점 경기를 해낸 부산의 '질식수비'는 최근 7경기에서 1실점이 전부다. 성적은 무려 5승 2무, 현재 16개 구단 중 그 흐름이 가장 좋다. 강원전을 마친 박항서 감독도 "우리도 지금 강등권에 가깝다. 그런데 일단 지지 않으면 승점 1점은 챙길 수 있다. 일단은 수비를 단단히 세우고 공격적인 부분을 보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특히 강등 싸움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9월 이후엔 이 양상이 훨씬 심해지리라 내다보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상황, 상대팀이 수비적으로 나선다고 해서 불만만 토로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 부분에 대해 김상호 감독은 "선제 실점을 해 상대에게 수비적인 경기 운영을 하도록 빌미를 제공한 것이 아쉽다"는 말을 반복했는데 선제 실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 이를 뚫어낼 방법에 대한 연구도 뒤따라야만 한다. 보다 많은 자원의 준비, 보다 다양한 공격 조합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답답한 졸전이 반복될 수도 있다.
2. 체력적인 부분, 앞으로 계속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제 11라운드를 거쳤으니 44경기로 구성된 올 시즌의 1분기, 즉 25%가 지나갔다. ACL 참가팀처럼 주중 경기가 밥 먹 듯 잡혀있는 건 아니지만 김은중-정성민(김동기)의 투톱, 시마다-김태민-김오규(백종환)-웨슬리(김명중, 장혁진)로 구성된 미드필드, 오재석-박우현-배효성(김오규)-박상진(이민규)으로 짜여진 플랫 4, 송유걸 골키퍼로 두 달 간을 꼬박 달려왔다. 지금까지는 잘 해왔다고 해도 앞으로의 일정에 있어서 반드시 대비가 필요한 부분이다.
5월에 잡혀 있는 제주, 울산 원정도 부담이 되고 날이 더워질수록 떨어질 체력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가볍게 버릴 수 있는 경기는 단 한 경기도 없다. 매 경기 풀전력을 가동해야 강등에서 살아남는다는 일차적인 목표와 더불어 상위 스플릿에 진출한다는 목표도 실행이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살아남아야만 한다. 8월까지는 19경기, 12월 시즌 종료 전까지는 33경기가 남았다.
2-1. 지금부터가 문제,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선수층이 얇다'라는 당연한 지적도 나오는데 이는 설득력 있는 핑계거리는 안 된다. 올해 같은 일정이라면 시도민구단 뿐만 아니라 모기업의 빵빵한 지원을 받는 구단들도 이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올해와 똑같이 44경기가 치러졌던 삼성 하우젠 K리그 2003을 돌아보라. 시즌 막판에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곡소리를 내지 않았던가. 또, 현재 실시간 뉴스 검색어에 오른 '첼시 수비진붕괴'라는 문구를 보라. 첼시 같은 팀들도 징계 탓에, 부상 탓에 활용수 있는 선수가 없어 속을 태우고 있지 않은가. 결국엔 환경을 탓할 게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을 방법을 강구해야만 한다는 답이 나온다.
야마다 코치와 함께 피지컬적인 부분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부상자를 최소화하는 것 외에도 선수들의 부활과 멀티 플레이어의 확대가 시급하다. 김명중, 박태웅과 같이 기대를 모았던 선수들이 살아나줘야만 한다. 홈 경기 당일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몇몇 선수들도 그들의 위치가 관중석이 아닌 그라운드임을 확실히 각인해야 한다. 또, 중앙 미드필더-중앙 수비로 활약하는 김오규, 중앙 미드필더-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뛰고 있는 백종환처럼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이뤄졌을 때 비로소 김상호 감독의 시름은 줄어들 게 될 것이다.
어차피 한정된 자원은 어느 팀이나 똑같다. 중요한 건 이들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 그래서 어떻게 죽음의 일정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다.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적인 부분에 팀 성적이 크게 좌우될 터, 살아남는 놈이 곧 강한 놈임을 증명해 보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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