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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리뷰. <수원전 완패, 강원에는 좋은 약이 될 것>

달림토미 2012. 3. 19. 10:28

 

 

  높은 곳엔 공기가 희박한 법. 그래서 손에 손잡고 모두 함께 있을 수는 없다. 시즌 초반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던 수원과 강원이 만난 이번 3라운드, 이 중 한 팀은 어쩔 수 없이 내려와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결과는? 원정팀 강원을 3-0으로 무너뜨린 수원만이 3연승을 기록하며 여전히 높은 곳에 머무를 수 있게 됐고 시즌 첫 패배를 기록한 강원은 조금 낮은 곳으로 내려와 또 한 번의 도약을 노리게 됐다.

 

 

 

 

한 골을 뒤져도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았던 전반전.

 

  하물며 개도 자기 집에서는 절반을 먹고 들어간다는데 그랑블루의 응원을 힘에 업은 수원은 오죽할까. 웬만한 강팀도 울렁증 탓에 평소의 경기력을 뽐내기가 결코 쉽지 않은 곳이 바로 빅버드다.이번 수원vs강원의 매치에서 가장 눈여겨 볼 부분이라면 초반 기세가 좋은 강원이 빅버드에서 그들의 경기력을 오롯이 쏟아낼 수 있을까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대로 수원은 강했다. 평소 보여주었던 투톱과 양 날개의 스위칭이 오늘 경기에서도 나오기 시작했고 에벨톤C의 측면 크로스나 서정진의 중앙 침투는 역시 위협적이었다. 또, 수비수 보스나의 발에서 시작된 롱볼 위주의 포스트 플레이는 라돈치치의 머리에 무사 안착했다. 세컨볼이나 빈공간에 떨어지는 공은 조동건의 발이 시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셋피스 상황에서 나온 이용래의 킥 또한 인상적이었다.

 

 

 

 

ⓒ GWFC

지난 라운드 대구전, 후반전 45분 동안 미친 존재감을 발휘했던 김정주.

프로 3년 차인 그는 해마다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자, 그렇다면 이런 수원을 상대로 강원은 어떤 경기를 했느냐. 측면에서 시작된 공격 전개는 중앙의 김은중을 거쳐 리턴됐고 이 볼은 다시 앞에 있는 김정주나 반대편에서 쇄도하는 시마다에 연결됐다. 패스를 통해 유기적으로 공격을 풀어나가는 모습은 ‘아 강원도 이런 거 할 수 있었지’라며 잊고 있었던 옛 추억을 새록새록 떠오르게 했다. 여기에 자크미치가 버티고 있는 중앙도 이용래-박현범 라인을 상대로 건재한 모습을 보였고 공중볼 높이 대결에서도 다소 불안한 감은 있었지만 어느 정도는 괜찮은 모습이었다. 비록 라돈치치에게 선제골을 내주긴 했지만 그래도 그깟 한 골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것이 바로 지난 시즌 강원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한 골 먹으면 바로 넉다운되는 게 아니라 또다시 추격할 수 있는 그 의지 말이다.

 

 

 

잇따른 부상으로 꼬일대로 꼬였던 후반전. 그저 안타까웠던 상황.

 

  빅버드에서 기가 죽기는 커녕 본인들이 준비한 플레이를 묵묵히 펼쳐보인 강원이었기에 후반전은 더욱 기대가 됐다. 꼭 승리하지는 못하더라도 빅버드에서 2년 만에 득점에 성공한다면 그것 또한 선수들의 자신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며 다음 주 성남전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후의 경기 내용은 심각할 정도로 꼬여갔다.

 

  강원은 전반전에 나름 준수한 활약을 했던 자크미치 대신 박태웅을 투입시켰다. 공격으로 나아가는 패스에 보다 높은 완성도를 기하려는 김상호 감독의 결정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이후의 교체 카드 2장을 온전히 경기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쓰지 못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절뚝거리며 벤치 쪽으로 왔던 오재석은 결국 후반 13분, 정성민과 교체가 되고 말았다. 후반 24분에는 드리블을 하던 김은중마저 상대 수비와의 충돌 이후 김명중과 교체돼야 했다. 그러면서 강원은 울며 겨자먹기로 김정주를 중앙 미드필더로 내리고 박상진-박우현-김오규-백종환으로 이어지는 플랫 4를 구성해야 했다.

 

 



 

ⓒ GWFC

김은중의 부상, 강원에는 치명적인 변수가 되고 말았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상호 감독이 "원래는 김은중이 아닌 김정주에 교체 카드를 쓰려고 했는데 갑작스러운 부상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라고 밝혔듯 김정주를 비롯한 몇몇 선수들의 기동력은 시간이 갈수록 심하게 떨어졌다. 힘이 부족한 포지션의 선수들을 바꿔 후반 초반에 잡지 못했던 기세를 잡아야 했는데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 그러면서 밸런스가 무너지기 시작했고 시스템을 재정비한 이후에는 그 정도가 더 심했다. 두 번째 골을 내줄 당시 측면에서 치고 나오던 보스나를 가만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장면, 마지막 골을 내줄 당시 하태균에 대한 적절한 마킹이 뒤따르지 않았던 장면은 그저 안타깝기만 했고 강원의 빅버드 습격은 결국 또 한 번의 패배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오늘 경기를 보면서 'K팝스타'라는 TV프로가 떠올랐다. '이하이'와 '박지민'이라는 양대산맥을 서로 경합시킨 바로 그 장면 말이다. 잘한다고 칭찬 받던 두 참가자, 결승전에 버금가는 대진을 일찌감치 잡으면서 서로의 부족한 점을 발견하고 더 나은 발전을 끌어내던 모습이 묘하게도 수원과 강원의 경기에서도 보였다.

 

  대구와의 홈 개막전에서 2-0으로 승리하며 2라운드 베스트팀 선정, 김은중 MVP 선정, Best 11 3명 선정이라는 각종 기록을 휩쓴 강원에 수원이라는 더 강한 스파링 상대를 붙여준 건 오히려 행운일지도 모른다. 무엇이 나아졌는지, 무엇이 부족했는지, 정확한 현 위치를 직시하고 조금 더 열심히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3-0 패배는 쓰라리지만 이번 수원 원정 패배가 오히려 좋은 약이 돼 다음 주 성남과의 홈 경기에서는 더 좋은 모습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여담이지만 심장 마비로 쓰러진 무암바, 얼른 일어나라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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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_Euita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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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K리그 토론방
글쓴이 : 홍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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