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경기 3승 6무 21패, 14득점. 16팀 가운데 16위, 시즌 직후 실시된 강등 예상팀 설문조사 1위.
한 번 빠진 연패의 수렁에서 헤어나오기가 너무나도 힘들어 보였다. 설상가상 창단해부터 함께 했던 정신적 지주들과 이별해야 했고 그밖에 많은 일들이 강원을 뒤흔들었다. 참으로 춥고 힘든 2011년을 보낸 강원, 웃는 날보다 우는 날이 더 많았을 강원의 수장 김상호 감독을 만나서 얘길 나눠보았다. 2011 시즌을 이끌었던 심정, 경기 내적으로 아쉬웠던 부분, 그리고 2012년에 대한 전망과 포부가 고스란히 녹아든 인터뷰는 총 3편으로 구성돼 있고 이번 편은 2011 시즌을 보낸 전반적인 소감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오랜만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 10월 말에 시즌을 마친 뒤 11월에는 휴식을 취했다. 2군은 2주 정도 쉬었고, 1군은 3주 정도 쉰 뒤에 4~5 주 정도 훈련에 매진했다.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보냈는지. 좀 쉬었는가.
- 쉬는 기간이 어째 더 바빴다. 선수 영입 때문에 이곳 저곳에 알아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선수 영입 건은 100% 만족할 수준은 못 된다. 국내 선수 영입은 80% 정도 해결을 한 상태지만 관심을 갖고 있는 외국인 선수 쪽은 쉽게 성사가 되질 않고 있다.
그동안 시상식에도 다녀왔는데. 오히려 위로받을 입장 아니었나.
- 시상식 일정상 크게 특별한 얘기는 나누지 못했다. 최강희 감독님께 축하를 건넸고 박경훈 감독님과 선수 영입에 관해 얘기 좀 나눴다.
사진 = 홍의택
선수들이 흘렸던 많은 눈물. 올해로 그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격적으로 올 시즌 얘기 좀 해보자. 너무 안 풀렸다.
- 3승, 그리고 6무 21패. 정말 프로팀이라고 하기엔 있을 수 없는 결과를 낳았고 감독으로서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다. 가장 먼저 내가 책임을 떠맡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참 안 풀렸다.
혹시 안 좋은 조짐이라도 있었나. 점이라도 쳐보고 싶을 정도였는데.
- 지난 시즌 막판에 3연승을 했다. 그리고 올해는 약속했던 3년 차였다. 팀 분위기도 좋았고 터키에서 치른 동계 훈련도 의욕적으로 잘해냈다. 조금만 더 다듬으면 6강도 꿈만은 아니겠구나 싶었다.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됐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이상하리 만큼 안 되더라.
모든 팀들이 우리를 견제한 것도 맞고 수비적으로 나온 것도 맞다. 그런 부분에 우리가 당황한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예기치 않은 부분에서 실점을 하고 그게 패배라는 결과로 나타나다 보니 초반에 심한 동요를 했다. 그 와중에 최순호 감독님이 지휘봉을 놓으시는 바람에 더 큰 혼란이 있었다.
사진 = GWFC
강원이 겪었던 첫 번째 시련. 지난 4월에 있었던 최순호 전 감독의 사퇴였다.
모두가 예상하기 힘들었던 타이밍에 자진 사퇴를 발표한 듯하다.
- 최순호 감독님이 그만 두시겠다고 말씀하신 날, 정말 힘들었다. 김원동 사장님하고 최순호 감독님하고 코치들과 함께 앉아 있던 자리에서 그만두시겠다고 하셨을 때 참 많이 울었다. 내가 보좌하는 감독님께서 그만두실 정도면 수석코치인 내가 책임의 반 이상을 떠안아야 한다는 생각에 심한 자책도 했다. "지금 시점에서 지휘봉을 놓으시면 안 됩니다"라고 간곡히 만류를 했는데 결국 그 선택을 꺾지 않으셨다. 그렇다고 축구를 그만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어떻게 해서든 선수들을 이끌고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혼란 속 처음으로 잡게 된 프로팀 감독의 지휘봉. 그 이후는 어떠했나.
- 코치 생활을 나름 오래하면서 감독이 되면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혀 예상도 못했던 타이밍에 감독이 돼버렸다. 그 상황에서 내가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최순호 감독님이 지휘봉을 내려놓으시고 선수들을 포함해 우리 모두가 죄책감에 시달렸다. 우리가 여기서 물러서면 안 되겠다라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나도 '소통'을 첫 화두로 꺼내 선수들과 함께 하고자 했다. 분위기는 흔들렸지만 되려 선수들의 의욕은 그전보다 살아난 것도 있었다.
그 이후에도 수장으로서 선수단을 이끌기가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 아쉬웠던 부분을 꼽자면 대내외적으로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 팀 분위기의 안정을 찾기가 힘들었다는 점이다. 나보다는 선수들이 SNS와 언론을 통해 외부에서 들려오는 안 좋은 소식이나 근거 없는 소문을 빨리 접하고 동요했다. 선수들이 내 앞에서 그런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신뢰가 100% 오가는 데 방해가 된 건 아닐까 싶다. 김상호 감독 나간다더라, 이번에 누가 온다더라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나는 크게 개의치 않았지만 받아들이는 선수들은 혼란스러웠을 것 같다.
사진 = GWFC
강원은 6월 11일이 되어서야 2011 시즌 첫 승을 거두었다.
분위기 반전 타이밍을 참으로 잡기 힘들었다.
- 모든 게 결과적인 얘기지만 4월 10일 울산 원정 추가 시간에 오프사이드 오심 판정으로 인한 실점, 그 때문에 패한 충격이 컸다. 당시 무승부라도 하고 4연패를 끊었더라면 향후 일정이 조금 더 수월했을 것 같다. 시즌 초반, 아주 못한 경기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고 나머지는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고 보는데 자꾸 지니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점점 더 힘들어지더라.
정말 힘겹게 올 한 해 보낸 선수들에게 한 마디 하자면.
- 불안정한 분위기 속에서도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했다. 훈련장에서는 정말 한 번 해보겠다고, 의지 넘치는 모습으로 열심히 따라줬는데 운동장에 가서 그게 결과로 나오지 않다보니 힘들었다. 결과는 좋지 못했지만 항상 선수들에게 고맙다라는 말을 건네는 이유다. 40년 이상을 축구를 하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 겨울에 사활을 걸 생각이다. 2012년은 정말 다른 모습 보여주고 싶다.
2, 3편은 1월 첫째 주중에 업로드 예정입니다. 2편은 패스 문제, 공격형 미드필더 문제, 풀백들의 오버래핑 문제, 외국인 선수 문제 등 경기력에 대한 평가 요소가 담겨있습니다. 올 한 해 동안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나왔던 내용을 종합하여 나눈 얘기고요.
올 한 해 동안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아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조금 더 성장한 모습으로 내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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