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라운드, 누가 누구를 몇 대 몇으로 이겼느니, 누가 골을 얼마나 넣었느니 하는 것 만큼이나 팬들의 흥미를 끄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도인처럼 나타난 누군가가 축구 커뮤니티에 의미심장한 한 줄을 남기고 간다. <이번 여름, 어느 팀의 K선수, 다른 팀의 L선수와 트레이드 될 듯> 이런 식으로. 그러면 댓글로 본 사람들의 반응은 <진짜냐, 출처가 어디냐>,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라>, <제발.. 우리 선수 떠나면 안 되는데> 등으로 다양하다. 떠돌던 이적 루머들이 오피셜 기사로 뜨는 그 순간은 축구팬들에게 90분 경기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주기 마련이다.
이적 시장이 열렸다. 올 상반기, 혹독한 시간을 보냈던 강원이 김진용, 이정운의 영입을 발표하며 후반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김진용을 영입한 강원이 그에게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과연 무엇일지를 따져볼까 한다.
1. 응? 김진용은 누구?
우선 김진용부터 살펴보자.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그의 화려한 경력이다. 이을용, 정경호 등 고향 출신 스타플레이어들이 팀에 합류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내셔널리그와 대학리그에서 뛰던 선수들이 대부분이었기에 김진용 정도의 경력을 갖고 있는 선수를 찾기란 쉽지 않다.
ⓒ 연합뉴스.
일단 국가대표 경력이 눈에 띈다. 강원 팀 내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던 선수는 기껏해야 이을용, 정경호, 서동현 정도다. 두 시즌 반 동안 강원에서 낭중지추의 활약을 보여줘 팬들이 <국대로 보내자!>라고 외쳤던 선수는 몇 있긴 하지만 최근에 실제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선수는 없다. 일례로 2009년 K리그 신인왕에 2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던 강원의 주포 김영후도 아직까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그만큼 국가대표 경력이란 게 선수들에겐 하늘에 별 따기 같은, 오르기 쉽지 않은 높은 산이다.
또, 2004년에 K리그에 데뷔해 총 178경기에 나서 33골, 19도움을 뽑아낸, 리그 내에서 잔뼈가 굵은 편에 속하는 선수다. 데뷔하던 2004년, 신인왕 후보로 거론될 만큼 소속 팀 울산의 큰 기대를 모았고 2006년에 이적한 경남에서도 엄청난 활약을 선보였다. 이후 2009년에 이적한 성남에서도 중요할 때마다 한 방씩을 터뜨려주며 팀 내 입지를 다져갔다.
2. 강원이 김진용에게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그럼 강원은 김진용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필자가 경기장에서 몇 차례 살펴본 그는 투박한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힘과 활동력은 여느 선수와 비교해 뛰어난 편이었다. 패스 플레이를 바탕으로 경기 전개를 하던 강원이 번번히 공격에 실패했던 데에는 패스를 받아야 할 선수의 위치 선정이나 활동면 측면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폭넓은 움직임과 활동량을 바탕으로 쉬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선수가 있다면 패스 플레이의 성공 빈도도 더 높아지리라 본다. 또, 공격 루트라는 측면에서도 보다 다양한 패턴으로 그 적중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공격 옵션이란 측면에서도 김진용에게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현 강원이 가동하고 있는 공격수 자원은 김영후, 서동현, 정성민, 여기에 측면 미드필더로 나서고 있는 윤준하 정도가 있다. 아쉽게도 김영후, 서동현이 올 시즌 기대 만큼의 득점을 해주지 못해주고 있다는 점은 강원 팬뿐만 아니라 K리그 팬 전체가 알고 있는 내용이다. 2군에서 올라온 정성민이 공격력에 활기를 불어놓고는 있지만 지난 한 달 간의 기록 면에서는 이전과 비교해 크게 나아지지 못했다.
이 세 선수 모두가 100% 컨디션으로 매 경기에 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 경고 누적이나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도 생긴다. 이럴 경우 윤준하를 공격수로 활용하자니 측면에서의 공백이 생긴다. 델리치가 그 공백을 얼마나 확실히 메워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지만 그 선수 또한 부상에서 복귀한지 얼마되지 않아 확답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김진용은 강원이 내놓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공격 옵션이 될 것이다.
새로운 전술의 운영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전체적인 틀을 바꾸는 건 쉽지 않겠지만 4-4-2를 주 시스템으로 나선 강원이 윤준하와 김진용 같은 선수들을 활용해 측면 공격력을 더욱 강화하는 패턴도 노려봄직하다. 두 선수 모두 상대 선수와의 일대일 돌파에서는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기대해볼 수 있는 선수들이다. 또, 김진용 개인적으로는 측면부터 쉐도우 스트라이커, 혹은 최전방 스트라이커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기에 전술 운영이란 측면에서 새로운 답안을 제시해줄 수 있는 것이다.
3. 우려스러운 점 또한 존재한다.
ⓒ 엑스포츠뉴스.
앞서 제시한 단락처럼 기대만큼만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모든 게 해결될 텐데, 현재의 순위에서 벗어나 더 높은 곳까지도 올라갈 수 있을 텐데. 아쉽게도 우려스러운 점 또한 공존한다.
가장 먼저 부상의 문제다. 과거 김진용의 경우 훌륭한 활약을 해주긴 했지만 번번히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곤 했다. 작년만 해도 그렇다. 성남으로 이적한 첫 해 37경기를 소화하며 소속팀의 믿음직한 선수로 한 자리를 꿰찼지만 작년엔 부상 탓에 고작 11경기 만을 소화하며 데뷔한 이래 가장 적은 경기를 뛰었다. 선수 본인이 부상 방지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겠지만 막상 다쳐서 뛸 수 없으면 강원으로선 이도 저도 아닌 게 된다. 선수 개인의 노력과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최근 경기에서 많은 시간을 소화해내지 못한 것도 조금은 우려스럽다. 올 시즌 13경기를 뛰면서 2골을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곤 있지만 이 중 풀타임을 소화해낸 경기는 단 한 경기도 없다. 성남에 김진용 대신 활용 가능한 자원이 있었고 이를 활용하는 것도 신태용 감독의 몫이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겠지만 체력이나 감각 면에서 어느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을지 또한 확실치는 않다. 강원의 코칭 스탭들이 이 부분을 고려해서 영입을 확정지었겠지만 일단은 후반기에 김진용의 활약 여부를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외 팀 스타일에 얼마나 빨리 적응을 해서 얼마나 조화로운 경기를 구사할 수 있을지 또한 지켜볼 일이다.
이미 검증된 선수다. 문제는 검증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의 여부다. 김상호 감독이 이 선수를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그래서 예전의 레벨로 다시 끌어올리며 또 한 명의 재활공장장의 탄생을 볼 수 있을지를 지켜보자. 선수 영입을 낙과적으로 보면서도 항상 그 이면에 존재하는 우려스러운 점 또한 간과할 수 없기에 어떻게 보면 필요 이상으로 심각하게 떠들었는 지도 모르겠다. 후반기에 김진용이 필자의 우려를 산산조각내주길, 그래서 16경기 5득점을 기록 중인 강원의 공격력에 단비를 내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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