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칼럼] FA컵 16강 대진에 대한 각 팀들의 반응은?
진정한 축구 강자를 가리는 FA컵의 16강 대진이 발표됐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막론하고 축구협회에 등록된 모든 팀들의 실력을 겨룬다는 취지의 대회, 3라운드를 거친 결과 내셔널리그 고양 국민은행 한 팀만이 K리그 15개 팀의 텃밭에서 그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16강 대진을 본 각 팀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그 속사정을 한 번 살펴볼자.
1. 서울vs수원.
서울 = 복수의 기회에요. 4월 1일 만우절, 빅버드에서 거짓말처럼 무기력하게 무너진 데에 대한 복수의 기회말에요. 당시에는 원정이었는데 이번엔 홈이라 그 설움을 털어버릴 거라 자신해요. 더욱이 데얀은 최단 기간 100호골 기록을 썼고, '8골-8도움' 몰리나라 쓰고 스탯신이라 읽는다는 두 선수의 콤비 덕분에 두려울 게 없죠. 정규리그 1위, 서울이 이번엔 힘 좀 발휘하렵니다.
수원 = 우리가 홈에선 8연승이지만 원정에서는 1승 2무 3패다 보니 홈만 벗어나면 약해진다는 이른바 '와이파이 축구'라는 말이 인터넷에 떠돌더군요. 그런데 상대는 서울이에요. 윤성효 감독 부임 이후 딱 1번, 그것도 2010년 8월 컵대회 4강 연장에서 무너진 게 전부에요. 그 이후론 박살난 게 한두 번이 아닌데 무슨 자신감으로 복수 운운하나 몰라요.
2. 인천vs고양.
인천 = 뭘 그렇게 봅니까. 꼴찌라 우습다 이거에요? 14전 1승 5무 8패, 우리만 승점 10점 선 못 넘었고, 득점도 대전과 함께 꼴찌인 거 알아요. 그래도 지난 32강전 보셨잖아요. 3골이나 넣으면서 승리하는 모습요. 우리가 아무리 죽었다 해도 K.리.그. 소속이에요. 비교할 걸 하셔야지.
고양 = K리그? 내년에도 K리그 소속이려나요. 올해 전반기 보니 나중엔 같은 리그에서 뛸지도 모르겠던데요. 2005년 장외룡 감독 시절의 준우승, 2009년 페트코비치 감독 시절의 6강 PO 진출요? 이러다 인천에서 담배 피웠다던 호랑이 얘기까지 할 기세네. 현재가 중요하죠. 우린 내셔널리그 11라운드 현재 7승 4무, 단 한 번도 지지 않은 1위라고요. 긴장하시죠.
3. 포항vs광주.
포항 = 2년차 징크스에 허우적대는 광주가 어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포항에 도전장을 냅니까. 그냥 8강행 티켓 헌납하고 가겠죠 뭐. 우린 ACL도 끝났고 K리그랑 FA컵만 집중하면 되니까. 광주가 잘 나가던 것도 시즌 초반, 그 순간뿐이더만요. 요즘에도 여전히 후반 중반 이후에 골은 간간히 넣던데 우린 아예 전반전에 승부 끝내렵니다.
광주 = 2년차 징크스? 그럼 73년도에 창단한 포항은 무슨 40년차 징크스입니까. 또 ACL 얘기했죠? 그거 다 핑계에요. 6월에 리그 재개해서 한 번 보죠. 공격진이 골을 터뜨려야 이기든가 말든가 하지. 훌륭한 공격진 갖고도 고작 14골, 광주가 20골인 거 감안하면 형편없는 수치죠. 게다가 같은 하위 스플릿 소속, 승점 차는 고작 4점. 도찐개찐이란 말 이럴 때 쓰는 겁니다.
4. 경남vs강원.
경남 = 아이고, 시나리오 참 뻐~언하네요. 4월 15일에 우리 홈에서 이기고 간 거 우려먹지 않겠어요. 그전엔 3년 동안 단 한 번도 못 이겨놓고선 무슨 말이 그렇게 많은지. 어차피 우리도 성남 잡고, FA컵 부산 교통공사 깨부수고, 포항까지 무너뜨리면서 분위기 반전 제대로 했으니 6월에 두고보자고요.
강원 = 아휴 시끄러. 졌으면 좀 조용히 하라 그래요. 연승은 경남만 했나요. 우리도 고려대-울산 연달아 잡고 연승해봤거든요. 처음이 어려워 그렇지, 두 번째 이기는 건 일도 아니에요. 캡틴 김은중이 14경기 7골로 득점 순위권에 있고, 정성민은 최근 3경기 연속 득점입니다. 골 안 먹을 궁리나 하시죠.
5. 성남vs울산.
성남 = 서울만 복수 벼르고 있는 거 아니에요. 우리도 진짜, 3월에 호랑이굴 가서 그렇게 두들겨 맞은 거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이번엔 탄천 홈이니 꼭 빚 갚아줄랍니다. 이빨 빠진 호랑이로 돌려보내려고요. 에스티벤-이호요? 윤빛가람이 완벽히 살아났으니 걱정 없어요.
울산 = K리그 자존심은 우리 울산이 지키죠. 주중 ACL 16강 보셨죠? 성남 말들 골 못 넣어서 결국 무너진 거. 결국 분요드코르에 두 번 모두 패한 포항의 복수도 못 해주고. 우린 가시와에 전북의 복수를 톡톡히 해줬거든요. 또, 전통명가 운운할 텐데 성남은 거기에 낄 수 없음을 결과로써 보여드리죠.
6. 전북vs전남.
전북 = 워메, 시즌 개막 전에 전라 더비 못해서 영 찜찜했는데 축구 협회에서 이런 자리를 다 마련해주셨소잉. 전남 친구, 우리가 94년도에 함께 창단해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면서 미운 정 고운 정 많이 쌓였는디 그리도 승부는 승부니께. 큰 기대 말고 전주 나들이 왔다 가는 게 좋겠지라.
전남 = 뭐라고라. 친구 무슨 말을 그리 섭히 한단까. 지난해 전적 1승 1무로 우리 우세인 거 모르고 있는가. 그 쪽 윗동네에선 요즘 K리그에서 가장 핫핫하다는 전남 유치원도 못 들어보셨소잉. 손설민, 김신영, 주성환, 이종호가 친구 뼈도 못 추리게 할 거니 괜히 껄떡대지 마소.
7. 제주vs대구.
제주 = 혼저옵서예. 마테우스-레안드리뉴-지넬손, 여기에 모아시르 감독까지. 제대로 깔맞춤 삼바구단이구만요. 그런데 그 선수들 다 어디로 갔어요? 시즌 초반 반짝하던데 다 사라져버렸네. 우린 호벨치가 조금 아쉽긴 해도 산토스랑 자일이 아주 잘해주고 있어서요. 아무쪼록 방울뱀 축구로 제주 관광 맘껏 보내드릴 테니 쉬명갑서예.
대구 = 그 선수들 없이도 우리 지금 충분히 잘 나가고 있거든요? 최근 흐름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14라운드까지 5승 4무 5패, 7위, 시도민구단 유일한 상위 스플릿 팀이라고요. 이번에 가서는 저번에 2-1로 아쉽게 패한 것, 꼭 갚아주고 올랍니다.
8. 대전vs상주.
대전 = 아이고, 이게 누구야. 6연패 대전이 나락으로 떨어지던 찰나, 정말 귀중한 승점 3점 선물해 주셨던 상주 아니에요. 요즘 좀 안녕하신가 싶었는데 강원 원정 승리 이후 또 연패더만요. 이왕 이렇게 된 거 통 크게 더 쏘시죠. 8강행 티켓 놔두고 가셔요.
상주 = 꼴찌 탈출 축하드려요. 수원, 광주도 잡으셔서 시즌 3승이더만요. 지난 시즌 강원처럼 왕창 깨지는 줄 알았는데 김형범이 살아있었네요. 성적표 보니 어느새 저희랑 승점도 똑같고. 그래서 더 양보 못하겠네요. 올해 K리그 액받이 무녀냐 계속 하시죠 그냥.
공감하셨다면 클릭해주세요.
http://blog.naver.com/russ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