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리뷰] 다섯 줄로 보는 K리그 14라운드 관전평.
2주 간의 휴식기를 앞둔 K리그 14라운드, 키워드는 시도민구단의 활약이었다. 대구는 성남 원정에서 무승부를 거뒀고, 경남과 강원은 각각 포항, 울산 원정에서 승리를 챙겼다. 그러면서 이 팀들이 주로 포진돼있던 하위권의 승점도 덩달아 높아지는 '하위권의 상향평준화'의 추세가 나타나곤 했다. 정규리그의 상반기를 마감한 이번 라운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까.
ⓒ Osen
1. 성남vs대구 (0-0) [X / X]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2005년 관중 폭행 혐의라는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였던 그 주심이 이번 성남vs대구의 경기에 나서 선수들을 휘어잡았다. 5명의 선수가 경고를 받았고 윤빛가람은 2장을 차곡 쌓아 퇴장까지 당했다. 열불 터진 신태용 감독은 자체 퇴장까지 했다. 그 와중에 대구는 원정에서도 깨알 같이 승점 1점 쌓아 7위에 올랐다. 확실히 올해는 반짝 돌풍이 아닌 듯하다.
2. 포항vs경남 (0-1) [X / 윤일록]
지난 라운드에서 극적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두 팀이 만나 패자는 다시 패배의 늪으로 빠져들, 이른바 '좋다 말'매치였다. '좋다 말게된' 주인공은 홈 팀 포항이 됐고 경기 후 황선홍 감독은 팬들께 죄송하다는 멘트까지 남겨야 했다. 경남은 포항의 1/3에 해당하는 슛팅 4개로 득점에 성공했고 FA컵 포함해 3연승에 성공했다. 강등을 바라보던 경남이 어느덧 11위, 서서히 올라오고 있다.
ⓒ TV조선
3. 전북vs수원 (3-0) [드로겟2, 서상민/ X]
드로겟의 선제골로 생닭을 손질했고, 서상민의 추가골로는 튀김가루를 묻혔다. 그리고 또 터진 드로겟의 쐐기골로 수원 치킨을 아주 맛스럽게 튀겨내며 전주성은 파티에 빠져들었다. 곽광선을 배치한 수원의 수비형 미드필드 진영은 이동국을 비롯한 전북의 공격진에 붕괴되고 말았다. 이로써 수원의 원정 성적은 6전 1승 2무 3패, 이러다 홈에서'만' 강하단 소리를 듣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4. 울산vs강원 (1-2) [고창현 / 김은중, 정성민]
ACL 조 1위로 16강 진출을 이뤄낸 것까진 좋았는데 K리그 3연패는 그저 아쉽다. 특히 이번 패배는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지쳤기 때문일까, 다양했던 공격 루트는 단순해졌고 이런 패턴은 약팀에게도 잘 먹혀들지 않는 모습이다. 강원은 5연패 뒤 정말 귀중한 1승을, 그것도 울산 호랑이를 잡은 터라 기쁨은 배가 될 듯 하다. 여기엔 3경기 연속골을 터뜨린 정성민의 활약이 있었다.
5. 제주vs상주 (2-1) [오반석, 산토스 / 김영신]
선제골-동점골. 그리고 후반 중반이라는, 극적인 요소를 위해 아주 적당한 타이밍에 역전골까지 넣으며 승리했다. 전남전 패배로 걱정을 했는데 역시 강팀은 연패를 하지 않음을 증명해 보였다. 그나저나 홈 관중이 10,117명이다. 15,000을 찍으면 치어리더와 함께 춤을 춘다고 했던 송진형은 이젠 축구뿐 아니라 춤을 위한 스트레칭도, 20,000을 찍으면 주황색 염색을 하겠다고 했던 박경훈 감독은 염색약을 슬슬 준비해야 할 것 같다.
ⓒ 스포츠투데이
6. 서울vs인천 (3-1) [몰리나, 몰리나 / X]
서울의 축제였다. 귀네슈, 조광래, 이영진, 이을용, 정조국이 게스트로 함께 한 축제에서 인천은 들러리가 되고 말았다. 몰리나는 환상적인 왼발 중거리 슛팅으로 선제골을 뽑아냈고, 데얀은 2골을 터뜨리며 최단 기간 100호골 달성이라는 기록을 썼다. 이에 힘입은 서울은 드디어 잠깐 맛 보고 빼앗긴 1위가 아니라 15라운드가 재개되기 전까지 2주 동안 맘껏 누릴 수 있는 1위가 됐다. 반면 인천은 대전에까지 역전 당하며 최하위로 추락, 반전이 절실하다.
7. 부산vs전남 (0-0) [X / X]
적게 넣고 적게 먹히는 두 팀의 대결, 그 특성이 이번 맞대결의 스코어에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파죽의 4연승 뒤 지난주 인천전에서 기록한 0-0 무승부를 또 한 번 반복한 부산. 최근 10경기에서 단 1실점을 내준 건 고무적이지만 전반기 14경기 동안 12득점에 그쳐 최소 득점이 대전-인천 다음으로 세 번째다. 전남도 최소 실점이 4위긴 하나 최소 득점도 4위로 만만치 않은 모습이다. 후반기엔 조금 더 많은 골을 터뜨릴 수 있길 기원해본다.
8. 대전vs광주 (2-1) [지경득, 케빈 / 주앙파울로]
5월은 푸르구나 대전은 자란다, 오늘은 대전의 날, 대전의 세상. 지난해 최악의 부진을 보였던 최하위 강원과의 비교를 무색하게할 만큼 대전이 살아났다. 5월에 치른 4경기에서 2승 2무, 수원-포항이라는 난적을 상대로 거둔 승점이 4점이라 자신감은 더욱더 업업업이다. 이로써 세 달 만에 꼴찌 탈출, 초반 돌풍 14위 광주와의 승점 차는 3점. 킁킁 타는 냄새 안 나요? 강등권 경쟁에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는 냄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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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_Euitae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