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리뷰. <다섯 줄로 보는 K리그 8라운드 관전평>
ⓒ Osen
1. 포항vs제주 (2-3) [아사모아, 지쿠 / 산토스2, 자일]
K리그에 막 입문하는 팬들께 꼭 소개하고 싶은 경기였다. 두 팀의 막강한 허리진에서 뿜어 나오는 패싱 플레이, 상대의 숨통을 조이는 압박, 여기에 상당히 빠른 공격 템포까지. 유럽 빅리그 부럽지 않을 경기력이었다. 경기 내용으로 따지면 홈 팀 포항이 더 우세했지만 승부는 포항 수비의 자멸성 실책을 놓치지 않은 제주 공격수들의 결정력에 갈렸다. 경기를 지배해놓고도 진 경기, 포항으로선 타격이 꽤나 클 패배다.
2. 대전vs성남 (0-1) [X / 이창훈]
7경기 만에 승리를 거두었던 대전, 그 달콤하고 행복했던 순간은 단 일주일에 그치고 말았다. 주중 ACL 일정을 고뇌한 흔적이 가득 묻어난 성남의 명단엔 그동안 경기에 제대로 나서지 못했던 몇몇 선수들이 합류했다. ‘비기는 한이 있어도 휴식을 주고 싶었다’는 신태용 감독의 인터뷰를 감안하면 로테이션에 승점 3점까지 잡은 경기였지만 1골을 넣어 겨우 거둔 승리는 썩 만족스럽지 못할 듯 하다. 이제는 3무 중인 ACL에서도 승리를 거둘 차례다.
3. 수원vs대구 (1-0) [스테보 / X]
삼바구단 대구가 이번엔 브라질리언 제로의 상태로 빅버드 습격에 나섰다. 경기를 어느 정도는 잘 풀어나갔으나 마지막 순간에 내준 PK가 문제였다. 거칠 것 없던 3연승의 기세도 어느덧 3연패로 바뀌어 주춤하는 모습이다. 한편 수원은 홈 경기만 했다 하면 득점 행진에 연승 퍼레이드다. 득점도 득점인데 실점은 8경기에서 고작 3골이다. 화끈한 공격에 단단한 수비까지. 올 시즌 수원팬들, 정말 축구 볼 맛 날 것 같다.
ⓒ mk스포츠
4. 전북vs부산 (0-0) [X / X]
딱 작년 이맘때, 울산을 필두로 한 몇몇 팀이 플랫 3로 경기에 나서 ‘수비 축구’ 논란이 일곤 했었는데 올해는 부산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질식수비’라는 닉네임으로 불리고 있다. 이를 두고 왈가왈부 가타부타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데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많은 골을 허용해도 재미있게 공격을 하겠다고 나섰다가 괜히 연패에 강등당하면 그 책임은 누구 몫인가. '재미'도 중요한데 일단은 '생존'이 먼저인 구단들의 입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5. 경남vs강원 (0-2) [X / 김은중, 정성민]
시즌 5호골로 득점 레이스를 이어간 캡틴 김은중, 시즌 첫 골을 신고한 신예 정성민에 힘입은 강원이 정말 뜻깊은 승리를 기록했다. 창단 4년 차를 맞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유일한 팀 경남을 7전 8기, 그러니까 2무 5패만에 처음으로 이겼다. 또, 2010년 11월 3일 인천 원정을 끝으로 좀처럼 이겨보지 못한 원정 경기에서도 승리를 거두었다. 지난해 거둔 3승의 탑을 올해는 8라운드 만에 일찌감치 쌓아올렸다는 것도 주목할 포인트다.
6. 상주vs인천 (1-0) [김재성 / X]
그래도 ‘인천’하면 ‘준우승, 6강 PO 진출’이라는 과거 성적과 모범적인 구단 경영 사례로 시도민구단 중에서는 꽤 인정받는 팀임에 틀림없는데, 지난해에 이어 이번 시즌도 그 모습이 참 짠하다. 그나마 잡아볼 만한 상대였던 상주에 또 한 번 패배를 당하며 쓴 맛을 봤으니 시인 단테의 표현을 빌리자면 ‘거대한 폭풍우 속의 선원이 없는 배’ 같다고나 할까. 어디서부터 잘 못된 걸까, 옛 인천의 모습이 그립다.
ⓒ 광주일보
7. 전남vs광주 (2-2) [이현승, 이종호 / 조우진, 주앙파울로]
동시간대에 경기가 겹쳐서 열리는 K리그 일정 특성상 당신은 기회비용을 고려해 선택을 내려야 한다. 다시보기가 넉넉지 않은 게 K리그의 현실, 그런 당신이 토요일엔 포항vs제주를, 일요일엔 전남vs광주를 택했다면 정말 후회없는 선택을 한 것이다. 광주의 원정 2연속 무승부는 ‘쉽게지지 않는다’는 믿음을 선수단, 코칭스탭, 팬들과 공유하게 된 값진 결과가 아닐까. 전남은 아쉽게도 상주, 제주, 부산, 강원에 이어 '광주 극장'의 또 다른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공감하셨다면 클릭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