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리뷰. <강원의 2승, 지난해와는 분명히 다른 행보>
6라운드 현재 2승 2무 2패. 작년에 두 번째 승리를 9월 10일 상주전에 가서야 거두었으니 그 행보가 상당히 비교된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나 선수단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들어봐도 항상 “우리팀 분위기 최고”를 외치고 있으니 강원팬들로선 경기 보러가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강원의 두 번째 승리, 인천전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1. 공격 전개, 조금 더 간결하고 정확해야.
김상호 감독의 경기 후 인터뷰를 잠깐 빌려와보자. “지난해엔 골을 넣기 위한 과정은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결정을 못 지어서 문제였고, 올해는 김은중 선수가 골은 넣어 주는데 거기까지의 과정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필자가 보고 느낀 바도 똑같다. 정말 골을 넣을 줄 아는 김은중이 한 두 번의 결정적인 찬스를 골로 연결시켜주기에망정이지, 그것마저도 안됐더라면 올해도 7라운드에 가서야 겨우 첫 득점을 올렸을지도 모른다.
상대가 형성하는 수비 체인, 그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보다 더 간결하고 정확한 전개가 필요하다. 한 가지 경우를 들자면 주로 오른쪽 측면에 치우쳤던 강원의 공격은 크로스가 올라가는 데 최소한 3~4초 이상씩은 꼭 소모했다. 중앙에 크로스를 향해 경합해 줄 팀 동료가 있었음에도, 상대 수비가 제대로 각을 좁히지 못했음에도 그 타이밍에 올리지 못한 게 컸다. 또, 짧은 패스를 통해 경기를 풀어나가는 패턴에서도 그 리턴 패스가 부정확해 꽤나 애를 먹었다. 게다가 중앙 미드필드 진영에서 나가는 패스가 속도를 잡아먹는 경우도 생겨나곤 했다.
미리 동료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터치 횟수를 최대한 줄여 간결하게 하자. 베스트 11의 절반 이상이 바뀌다 보니 당장은 힘들 수도 있지만 계속 노력해서 끌어올리자. 시마다가 PK를 유도하는 장면에서도 세 선수가 원터치 패스로 약속된 플레이를 보여준 게 크게 주효했다. 이게 아니었다면 상대 수비를 벗겨내기란 너무나도 어려웠을 것이고 변변찮은 슛팅 찬스 하나 잡기도 힘들다.
2. 시마다, 외국인 선수 정말 오랜만에 성공해.
외국인 선수에 따라 한 해 농사가 좌우되는 K리그, 특히 시도민구단 입장에서는 그 영향을 더 많이 받는 편이다. 그런데 그동안 강원은 그 덕을 거의 보지 못했다. 거쳐간 선수는 많은데 기억에 남는 선수는 기껏해야 창단 시즌의 마사히로와 라피치 정도? 나머지 선수들은 경기에 나서도 존재감이 부족했고 R리그만 뛰다가 떠나버린 선수도 있었다.
그런 강원에 시마다는 가뭄 속 단비 같은, 귀하디귀한 선수다. 오죽했으면 시마다의 프리킥 장면에서 얌전하기로 소문난 본부석 쪽 R, P, W석에서 팬들이 “시마다”를 외쳤겠는가. 170cm라는, 축구 선수치고는 다소 왜소한 체격, 그리고 최근 ACL에서 파워풀한 K리그에 번번이 떨어져나간 J리그 출신이란 점이 K리그의 적응에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시마다는 원년 멤버 마사히로에 비해 훨씬 더 적극적이었고 다재다능했다. 물론 두 선수의 위치나 역할이 다른 건 사실이지만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더 넓은 건 맞다. 강원의 약점으로 꼽혔던 데드볼 상황을 단숨에 장점으로 끌어올려 놓았고, 센스 있는 패스를 통한 어시스트는 인플레이 상황에서도 빛이 났다. 특별한 성적 취향을 갖고 있는 거 절대 아닌데 정말 사랑한다 시마다.
3. 인천전 승리가 갖는 의미? 생각하는 것 그 이상.
‘두 번째 승리가 빨랐다’는 것 말고도 인천전 승리가 갖는 의미는 많다. 올 시즌부터 강등되는 팀이 생겨나고 하위권팀들은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최후의 두 팀이 되지 않기 위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최소 8위 이상의 성적이 보장되는 상위 스플릿으로 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바람직하지만 예년의 결과를 들춰봤을 때 ‘강등권 전쟁=시도민구단의 전쟁’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경우 상대적인 비교가 굉장히 중요한데 강원은 경쟁 상대일 수 있는 인천을 누르면서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겨냈다. 생존 싸움에서 이미 절반 이상을 먹고 들어간 셈이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이 된 것도 굉장히 반가운 부분이다. 설기현에 벼락같은 동점골을 얻어맞은 후 내심 걱정이 됐다. 이기고 있어도 승부에 대한 부담감 탓인지 무언가에 쫓기는 느낌이 강했던 작년을 생각하면, 동점의 스코어도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상황 아닌가. 그런데 오늘은 정상적인 경기를 했고 재차 골을 넣어 승리까지 챙겼다. 추격을 당해도, 지고 있어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경기, 팬들은 당연히 경기장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특히 축구에 축고 사는 이 동네 팬들은 더하다.
이제는 전북이다. 배효성이 말했듯 아무리 약해졌다고는 해도 ‘전북은 전북'이다. 그런데 그동안 강원이 이 팀을 두 번이나 잡지 않았던가. 게다가 전북이 살인 일정 탓에 지쳐있고, 중앙 수비 자원이 부상으로 완전치 않아 흥겹게 실점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다. 11일 오후, 우리 모두 소중한 한 표를 던지고 경기장에 모여 신명나게 "이겼다!"를 외쳐보자. 10,000명은 쉽게 넘기던, 관중석 네 면을 가득 채우던 창단 시즌의 포스를 이제 슬슬 회복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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