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칼럼. <강원FC 김상호 감독이 강원을 말하다 ②>
▶ 강원FC 김상호 감독이 강원을 말하다 ①편 다시보기.
한 해 소감 잘 들었다. <힘들었다>라는 한 마디로 요약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제는 경기 내적인 얘기도 해보자. 이런 얘긴 당사자에게 직접 듣는 게 가장 정확하다. 솔직한 답변으로 꽉 막힌 속을 뚫어달라.
- 볼 빼앗긴 뒤에 수비 전환이 늦어 역습을 당했던 점, 각 라인 사이가 견고하지 못했던 점, 조금 더 공격적인 전진 패스가 나오지 못했던 점, 사이드에서 제 타이밍에 좋은 크로스가 올라오지 못한 점, 득점 지역에서 자신감 있는 슛팅이 부족했던 점, 상대가 움츠러들었을 때 우리가 너무 서둘러 세밀함이 부족했던 점, 공격 루트가 다양하지 않았던 점, 셋피스를 무기로 이용하지 못하고 당하기만 했던 점. 수없이 많다.
ⓒ KBS 비바 K리그
강원이 주창했던 패싱축구 얘기부터 해보고 싶다. 팬들의 말처럼 이는 그냥 이상적인 것에 불과했나.
- 어떤 축구를 하든 우선 패스가 이루어져야 한다. 바르셀로나는 한 경기를 뛰면 800~850개의 패스를 하고 우리나라 국가대표는 450~500개 정도다. 패스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 벌인다. 이 두 팀의 차이가 무엇이냐. 바로 볼 소유 능력이다. 이 능력 없이는 많은 패스를 주고받을 수가 없다. 최순호 감독님께서 원하셨던 것도 바로 그거다.
축구에서 패스가 빠지면 뛰는 걸로 할 건가? 그것만으로는 상대를 무너뜨릴 수가 없다. 최순호 감독님이 말씀하시고 원하셨던 건 '패스'라는 '기본기'였다. 남들이 보면 왜 밑에서만 패스를 하는가라고 하는데 바르셀로나도 그렇게 한다. 그러다 결정적일 때 공격으로 나가는 거고 그게 차이다. 패스를 근본으로 이뤄지는 큰 틀에서의 축구는 변할 수가 없다. 그게 상식이다. 어느 지도자든 ‘패스’와 ‘볼 소유 능력’을 원한다. 그게 기본적으로 갖춰지지 않고는 이기기가 힘들다.
한 게임에 패스는 몇백 개씩 나오는데 슛팅은 10개 내외다. 너네 찬스란 찬스는 다 날려 먹고 대체 슛팅 훈련을 하느냐고 하는데 그보다 시급한 게 슛팅 장면을 얼마나 만들어내느냐다. 기본적인 게 잘 돼야 축구가 잘 된다라는 걸 우리 모두가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본기를 강조한 건 최순호 감독과 비슷하다는 얘긴데 그 외엔 어떤 차이를 원했나.
- 패스를 바탕으로 원했던 것, 바로 공격 진영에서의 볼 소유를 조금 더 늘리자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선수 개개인의 소유 능력도 필요하지만 그밖에 스트라이커 진영까지 올라갔다가 안 되면 내려오고 아니면 사이드로 빠지는 움직임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이런 움직임이 하프라인 밑에서는 어느 정도 됐는데 하프라인만 넘어서면 많이 부족했다.
ⓒ Osen
파울에 대한 견해도 그전과 비슷한가.
- 최순호 감독님은 창단 초부터 페어플레이를 강조하셨다. 아주 좋은 생각이고 그렇게 해야 한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 페어플레이는 상대를 해하지 않는 것이다. 누가 봐도 옳지 않은 행동은 하면 안 된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이 이를 어떻게 인식했느냐. 우리가 완전히 뚫릴 위기인데 '여기서 몸을 부딪히면 파울 같다, 그러면 이걸 그냥 놔둬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파울을 하면 안 된다라는 말을 몸을 부딪히면 안 된다라고 받아들이더라. 진정 원했던 건 쓸데없는 파울이 아니라 악착 같이 달라붙어서 상대를 위험 지역 바깥으로 내보내는 것이었다.
그런 플레이가 생각처럼 이뤄지지 않았고 그결과 파울 숫자가 가장 적어 페어플레이 상을 타긴 했지만 팬들과 내가 원했던 악착 같은 플레이는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이런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데 엄청난 노력을 했고 지금은 그 효과를 조금씩 확인하고 있는 단계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게 3년 차 강원에서 퇴장을 가장 많이 당한 사람이 감독 본인이다. (김상호 감독은 지난 시즌 4월 15일 수원전, 7월 27일 울산전에서 두 차례 퇴장을 당한 바 있다.)
- 내가 왜 그토록 적극적으로 했느냐면 아직도 프로축구판에서 가끔씩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 나와서이다. 어떻게 심판 휘슬 하나로 한 경기의 결과를 좌우하느냐는 것이다. 무리한 항의로 두 번이나 퇴장을 당한 것은 잘못된 게 맞다. 하지만 판정에 대해서도 조금 더 신중을 기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이제는 승강제가 시행되니 그야말로 판정 하나에 한 구단의 미래가 좌우될 수도 있다.
ⓒ GWFC
공격형 미드필더는 어떤가. 평소 아쉬움을 많이 드러냈는데.
- 김영후, 서동현, 윤준하, 권순형, 이정운, 정성민, 장혁진. 득점력이 있는 김영후나 서동현을 밑에서 받쳐줄 선수가 정말 필요했다. 어느 정도의 득점력과 패싱력, 경기 조율 능력을 갖춘 선수 말이다. 그런데 이 역할을 80% 정도 소화해낼 선수가 없었다. 거의 50~60% 수준밖에 안 됐다. 시즌을 보내면서 가장 고심했던 자리이고 그래서 외국인 선수를 쓰더라도 스트라이커보다는 이 자리에 꼭 쓰려고 한다. 득점 능력, 침투 능력, 그리고 덤으로 셋피스 상황에서 킥 능력까지 갖추고 있었으면 한다.
킥 얘기가 나와서 하는 소리다. 셋피스의 킥도 항상 아쉽다.
- 우리 팀 현 상황에서는 이상돈이 가장 나아 계속 차고 있다. 전북의 에닝요, 서울의 몰리나 같은 탑 클래스 킥 능력을 보유한 선수가 없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걸 외국인 선수로 채우려고 생각 중이다. 욕심 같아서는 베스트 11에 오른발, 왼발 한 명씩을 넣어 경기를 하고 싶은데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 외 많은 팬들이 풀백의 오버래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는데.
- 평년과는 다르게 지더라도 경기답게 해보고 지자라는 생각을 고집했다. 그래서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경기를 하자고 주문을 했는데 잘 안 됐다. 오버래핑이라면 단연 측면 크로스를 말하는 건데 이 상황에서 선수들이 너무 정확하게만 주려고 하다 보니 템포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게 아니면 대충 가운데에만 넣고 보자라는 생각으로 너무 무의미하게 크로스를 하려는 경우였다. 스트라이커가 한 명만 있어도 그 선수에게 제대로 연결만 되면 되는데 그 부분이 많이 아쉽다. 그런 바탕에는 자신감의 부족으로 인한 심리적인 위축이 있었으리라 본다.
ⓒ GWFC
눈물 나는 외국인 선수 얘기도 해보자. 아쉬움이 클 텐데.
- 자크미치를 두고 사람들이 계속 실패라고 평가하는데 현 스쿼드에서는 자크미치가 그나마 수비형 미드필더 몫을 해줬다라고 생각한다. 공격적인 부분에서 패스 타이밍이나 경기 전체를 풀어나갈 수준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수비력만 봤을 땐 국내 선수들이 쉽게 하지 못했던 터프한 수비도 보여줬다. 게다가 국내 선수 이상으로 성실하게 훈련에 임하는 모범적인 모습도 보여줬다.
외국인 선수를 바라볼 때 우리의 부족함을 채워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고, 또 잘하는 상위 클래스 팀들의 외국이 선수들과 비교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우리 팀 선수는 뭐하고 있냐는 소리가 나오는 것 같다. 상위 클래스 선수들은 100만 불이 넘고 우리 선수들은 그 선수들의 1/3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본인이 할 수 있는 몫에선 최선을 다해 잘해줬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나중엔 그 몫 이상을 할 수 있는 선수를 데려오고 싶다는 것이다.
델리치 얘기도 해보자. 잠깐 눈물 좀 닦고.
- 델리치는 터키 전지훈련까지 정말 열심히 했고 코칭스탭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 시즌 시작 직전부터 컨디션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그 원인을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해봤다. 결혼을 해서 한국에 들어왔는데 생각만큼 적응이 안 됐던 부분, 거기에 크로아티아에서부터 고질적으로 아팠던 스포츠 헤르니아(탈장)가 겹치면서 컨디션 난조를 겪지 않았나 싶다. 훈련을 제대로 소화 못 하다 보니 경기에 못 나서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델리치는 너무 평가가 절하돼 정말 아쉽다.
이 선수들의 향방은 어떻게 되나. 요즘 동네 목욕탕에서 심심찮게 보인다.
- 자크미치는 1년이 남았고 델리치는 2년이 남았다. 이 두선수를 원하는 팀이 아직은 없기 때문에 일단은 끌고 가려 한다. 지금 남은 외국인 선수 자리가 아시아 쿼터를 포함해 두 자리다. 아시아 쿼터는 수비적으로 한다면 호주 쪽을 보고 있고 공격적으로는 일본 쪽을 생각하고 있다. 두 가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그 외 브라질 쪽 선수를 보고 있다.
브라질산은 값이 금값이는 얘기도 있던데.
-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다 보니 금방 금방 가격이 뛴다. 거품이 낀 경우도 많다. 선수와 직접 얘기를 하다가 제 3자가 끼어들면 10만 불짜리 선수가 20만 불, 30만 불로 뛰는 건 시간 문제다.
정말 잘 들었다. 민감할 수도 있는 부분, 피하지 않고 답해줘서 고맙다. 다음 편은 2012년의 계획이다. 맛보기 정도로 살짝 알려줄 수 있나.
- 국내 선수는 마무리 단계다. 서울 쪽에서 나온 얘기는 맞는 얘기도 있고 아닌 얘기도 있다. 일단 확정적인 건 송유걸, 배효성, 김은중, 오재석, 그리고 부산에서 제주로 갔던 수비형 미드필더 김태민. 그외 미드필더 쪽에 한 선수를 더 알아보고 있다.
그리고 외국인 선수는 아직 제대로 성사가 안 됐기 때문에 전지 훈련 가기 전인 휴가 기간까지도 계속 알아볼 생각이다. 현재까지 압축해 놓은 건 2명 정도다. 또, 전지훈련 동안 부족한 포지션이 있다고 판단되면 기존 용병을 교체하는 한이 있더라도 강행하려고 한다.
공감하셨다면 클릭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