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리뷰. <부산전 패배. 마지막까지 아쉬웠던 강원의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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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5일, 강릉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경남전 0-1 패배부터 아쉬웠는데 마지막 10월 30일에 열린 부산 원정까지 2-0 아쉬운 패배였다. 돌아보면 아쉬움 투성이였던 시즌이다. 어찌 됐든 강원의 축구는 올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니 어떻게 해서라도 내년에 살아남을 준비를 해야할 때다. 감성에 치우치기보다는 조금 더 이성적으로, 올해 겪었던 부진의 원인을 찾아낼 때다. 마지막 경기였던 부산전 내용을 중심으로 몇 자 적어보려 한다.
김영후
박상진 이정운 백종환
박태웅 김정주
오재석 박우현 김오규 이상돈
김근배
골 : X
교체 : 박상진↔김진용(후10) 이정운↔정성민(후18) 백종환↔하정헌(후33)
1. 빈 공간 활용하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
골을 못 넣어 졌다는 것엔 이견을 달기 힘들다. 다만 골을 넣지 못했던 원인은 과정과 결과 두 가지 부분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많은 이들이 결과, 즉 결정력 부분을 꼬집을 것이다. 오늘 부산전도 골 찬스가 있었음에도 이를 살리지 못했기에 틀린 말은 아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강원 김상호 감독에게 던지는 질문에도 골 결정력 부족을 바탕으로 한 질문이 있었는데 필자의 견해는 조금 다르다. 물론 결정력 부족도 맞는 애기지만 필자는 이 부분을 조금 다르게 보고 싶다.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자. 강원이 90분 동안 시도한 슛팅은 7개. 3개였던 부산에 비하면 개수가 2배 이상이다. 하지만 7개의 슛팅 중 상대 골문 앞까지 제대로 된 과정을 거쳐 나온 슛팅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자. 상대 수비를 벗겨낸 후 상대 골키퍼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슛팅 장면은 극히 적었다. 어쩌면 공격의 마무리 격인 슛팅보다는 슛팅까지 가는 과정 자체의 퀄리티가 낮았다는 게 문제 아니었을까.
ⓒ GWFC
이 공간을 공략하지 못한 것이 정말 아쉽다.
3-4-3 시스템을 구사한 부산전도 마찬가지였다. 부산이 전반에 넣은 한 골을 지키기 위해 시간이 흐를수록 다소 걸어잠그는 경기 운영을 하기 전까지는 3명의 수비와 4명의 미드필더 공간 사이가 결코 타이트하게 좁혀지지 않았다. 그 사이에서 전방에 배치된 김영후, 박상진-이정운-백종환, 이 4명의 선수가 상대를 허물어뜨릴 수 있는 장면을 많이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이는 김상호 감독이 털어 놓았던, 그동안 김영후, 서동현, 윤준하, 이정운, 권순형 등 많은 시도를 거쳤던 '공격형 미드필더'의 문제로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 포지션에 뛰었던 이정운이라는 선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 중 포지션을 스위칭 하는 과정에서 그 자리를 거쳤던 선수들이 그 공간에서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이는 올 시즌 내내 지속된 문제이기도 했고 올 시즌 대다수의 득점이 상대 진영으로 전진하지 못한 상황에서 터진 중거리 슛에 의한 것이란 점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2. 질 경기가 아니면 지지 말아야 한다.
강팀의 조건이란 무엇일까. 한 경기에 5~6골씩 꽂아넣어야 강팀일까. 몇 경기 연속 실점을 하지 않아야 강팀일까. 물론 많이 넣고 적게 먹어 속 시원하게 이기는 것도 강팀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 팀들이라고 하여 시즌 내내 최상위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때로는 득점을 많이 못할 때도 있고 실점을 많이 할 때도 있다. 다만 이럴 때 성적이 곤두박질치지 않는 강팀들의 특성은 이른바 '꾸역꾸역' 이라도 이긴다는 것이다. 좋지 못한 경기력 속에서도 어느 정도의 성적은 챙긴다는 것이다.
90분까지 0-0이었던 승부는 후반 47분에 터진 골로 기울었다.
이런 경기를 줄여야만 한다.
이 부분에서 강원은 참 많이 아쉽다. 부산전 뿐만 아니라 올 시즌 강원이 당했던 패배를 하나하나 되새겨보면 상대에 크게 밀리지 않은 경기가 많았다. 경기를 우세하게 이끌어간 경기도 분명 많았고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주다 보니 각 구단의 감독 인터뷰나 구단 혹은 팬들이 제공하는 프리뷰에는 항상 <강원이 최하위권이지만 경기 내용은 결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방심하면 안 된다>라는 전제가 붙는 것이다.
내년에는 <아, 오늘도 질 경기 아니었는데>라는 말을 하는 경기가 조금 더 줄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질 경기가 아니었으면 지면 안 된다. 그래야 성적도 올라간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이건 생존의 문제다.
3.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생 많았습니다.
언제 정규리그 30경기, 컵대회 5경기, FA컵 3경기가 다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38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3승 6무 21패 / 1승 1무 3패 / 2무 1패(승부차기는 공식기록 무승부)로 총 4승 9무 25패. 어느 누가 이렇게 참담한 3년 차를 보냈을지 상상이라도 했을까 싶지만 올 한 해가 지난 뒤 강원이 받은 성적표는 이러하다.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여야 할 때다.
하지만 강원의 노력까지 깎아내릴 순 없는 법이다. 지난 9월, 최진철 코치에게 들은 얘기는 아직도 필자의 머리 속에 생생히 기억되고 있다. <정말 별별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어요. 훈련을 적게도 해보고 많이도 해보고. 이 선수도 써보고 저 선수도 써보고. 심리 치료사까지 데려와서 선수들의 자신감을 회복시키려고도 해보고. 분위기 띄우려고 선수들에 장난도 쳐보고. 그런데 잘 안 되니 진짜 답답하지요. 경기장 가면 팬들이 줄어든 게 보여요. 하지만 좋지 못한 성적 속에서도 경기장 찾아와 주는 팬들 보면 정말 미안해 죽겠어요. 고맙기도 하고요. 언젠가는 우리가 잘하면 다시 찾아와주지 않겠어요>
ⓒ GWFC
<노력하고 말고를 떠나 프로는 무조건 결과>라는 주장도 맞다. 하나 이 말은 갓 3년 차를 마친 도민구단 강원보다는 최소 10년 이상은 된, 빵빵한 지원 받는 모기업이 있는 구단에나 더 어울릴 얘기다. 물론 꼴찌라는 결과를 감쌀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본인의 은퇴 경기에서 이을용이, 마지막 부산전에서 김상호 감독이, 군입대를 앞두고 마지막 경기를 치른 김영후가, 프로 데뷔골을 터뜨린 후 오재석이 그랬던 것처럼, <다른 팀에선 결코 겪지 못할 것들을 강원은 2011년 한 해 동안 모두 겪었다>고 했던 것처럼 정말 몸에 쓰지만 좋은 경험을 한 강원이다. 아직은 조금 더 성장해야 할 초보 구단엔 이토록 모진 경험도 필요하다.
지금은 아시아를 호령하는 전북 팬들이 1994년 10연패를 당하며 최다 연패 기록하던 전북 버팔로 시절을 추억거리 삼아 얘기하듯 강원의 2011년도 먼 훗날 하나의 추억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K리그 우승컵을, ACL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허허 2011년. 지나보니 웃으며 말하지만 그땐 진짜 암담했지. 38경기에서 3번 밖에 못 이기고. 이제 진짜 강원 경기 안 본다 안 본다 해놓고 어느새 인터넷으로 강원 경기 결과 어땠는지 찾아보고. 그랬던 우리가 어떻게 이렇게 됐나 몰라>라면서 말이다.
다른 팀들 6강 PO하는데 강원 팬들 귤만 깔 수 없으니 이젠 시즌 결산도 해보고 각종 인터뷰도 준비해보려 합니다. 인터뷰 성사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지만 최대한 노력해 적극적인 소통을 이끌어내고자 합니다. 힘든 때일수록 서로 터놓고 얘기하면서 힘을 주고 받는 게 중요하니까요.
한 해 동안 부족한 글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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