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축구-강원FC

[스크랩] 인터뷰 글. <당신에게 강원FC는 어떤 존재인가요>

달림토미 2011. 5. 2. 13:51

 

 

 

  여느 글과는 다르게 필자의 개인적인 얘기를 잠깐 해보자. 개인적으로 또래 친구들보다는 대학을 조금 늦게 갔다. 축구에 미쳐 있다가 막 정신을 차려보니 친구들은 다 대학생, 군인이 되어 있더라. 이제는 정신 차리고 공부 좀 해봐야겠다 싶어서 혼자 도서관에 다녔다. 재잘재잘 떠드는 걸 정말 좋아하는 내가 막상 혼자가 되니 미치도록 심심하더라. 혼자 도서관에 갔고 혼자 공부를 했는데 혼자 밥을 먹었고 벽을 보고 말을 할 정도였는데 그 와중에 정말 고마웠던 건 친구들이 가끔씩 물어오던 안부였다. 시간이 지나 찬바람이 불어 원서를 넣었고 드디어 대학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런데 그제야 그동안 얼굴 한 번 안 비추고 하다못해 문자 한 통 안 한 놈들이 합격했으니 밥 한 번 쏘라고 하더라. 허허허.

 

 

 

  하나만 묻자.

  당신은 밥 사주고 싶은 친구인가. 아니면 밥만 얻어먹으려는 친구인가.

 

 

 

 

 

 

 

 

 

  지난 달 23일, 인천과의 7라운드 경기가 열렸던 춘천 송암 스포츠 타운, 강원FC 공식 서포터즈 나르샤의 오애정 님을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대화를 하면서 느낀 점?  강원이 지금의 고비를 잘 넘기고 먼 훗날 명문 구단이 됐을 때, <아 그분들 덕분이었지>라며 잊지 않고 밥 한번 사주고 싶은, 아니 어쩌면 꼭 사줘야 할 그런 든든한 친구를 두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명문 구단이 될 날이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 원래 경기 직전에 만나기로 했는데 하프타임에 만나게 됐다.

 

- 수원에서 출발했는데 춘천까지 2시간 40분이나 걸렸다. 차가 이쪽으로 가도 막히고 저쪽으로 가도 막히더라.

 

 

 

나르샤 내에서 맡은 직책이 있다고 들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 나르샤는 회장 밑에 부회장 4명을 두고 있다. 작년만 해도 권역별로 4곳으로 나누어 부회장을 두었는데 올해는 그냥 부회장으로 선출했고 그 중 한 사람이다.

 

 

 

 

 

 

 

 

 

현재 무득점 6연패 아닌가. 날도 좋은데, 남편분께 다른 곳으로 나들이 가자고 했을 수도 있는데.

 

- 우리는 이제 선수들을 가족처럼 생각한다. 안 가면 안 된다(웃음). 연패랑은 상관이 없다. 골을 못 넣어도 좋다. 그냥 선수들이 생각나서 계속 다녀야 할 것 같고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다.

 

 

 

보통 병이 아니다. 이렇게 심하게 빠져들게 된 계기라도 있나.

 

- 난 서울이고, 신랑은 강원도 원주 사람이다. 작년 3월 초, 신랑이 축구를 보러 가자고 해서 춘천에 갔는데 그때 N석에서 응원하는 나르샤 분들이 정말 멋있어 보이더라. 그래서 그날로 가입을 하고 작년 3월부터 한 경기도 빼놓지 않고 전 경기 모두 다니고 있다. 성적이 조금 안 좋을 때 들어왔는데 연고팀이란 그 자체가 좋다. 이기고 지는 것과 상관없이 응원하는 게 좋아서 따라다닌다.

 

 

 

 

 

 

 

 

 

▶ 얼마 전에는 선수들 간식까지 협찬했다고 들었다.

 

- 선수들이 6연패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너무 받는 것 같더라. 선수들한테 부담을 안 주는 선에서 조금이라도 기쁨을 주고 싶어 수도권에서 모금을 했다. 그 돈으로 과일을 사서 그저께 춘천 숙소에 직접 찾아가 전달해줬다. 잘해달라고 했더니 감사하다고, 오늘 경기는 꼭 이겨서 보답하겠다고 했다. 지금 첫 골도 넣었고 출발이 좋다. (그렇다. 대화를 나눴던 하프타임 때까진 좋았다. 이후 강원은 내리 3골을 허용하며 홈경기에서 1-3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연패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우울한 애기 좀 해보자. 본인이 느낀 올 시즌 초반의 강원은 어떠했나.

 

- 일단은 연초에 감독님이 6강을 약속하셔서 솔직히 기대를 많이 했다. 출정식도 경포 바다에 입수를 하면서 특별하게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경기가 너무 안 풀렸다. 선수들이 골 자체를 못 넣고 연패를 하니 나르샤 전체가 가라앉아 있었고 나 또한 그랬다.

 

 

그러다 보니 경기장을 직접 찾는 팬들도 줄었을 것 같다.

 

- 두 번째 대구전까지는 많았는데 그다음부터 줄긴 줄었다. 그러다보니 단관 버스가 취소되는 경우도 생기는데 버스는 안 되더라도 수도권 회원들끼리 렌트라도 해서 응원을 희망하는 사람들과 모두 함께 경기장을 찾는다.

 

 

 

지고 났을 때 그 허탈함은 정말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도 없다. 스트레스를 푸는 본인만의 방법이라도 있나.

 

- 경기 지고 나면 집에 가는 길에 정말 허탈하다. 단관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길은 정말, 안 타보면 모른다. 너무 침울한데 집에 와서 다음 경기 스케쥴을 보면 다시 힘이 난다. <이길 날이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그다음 주에 또 버스에 오른다.

 

 

 

 

 

 

 

 

 

대체 강원은 어떤 존재인가. 어떤 존재이기에 매주 경기장을 찾나.

 

- 강원이라는 구단은 한 마디로 <정>이다. 사장님 이하 구단 직원분들도 정, 감독님 이하 코칭스탭분들도 정, 선수들도 정, 나르샤도 정. 강원도만의 끈끈한 정이 축구팀에서도 느껴진다. 그래서 계속 찾게 되는 것 같다. 모두가 가족처럼 느껴지지, 한 게임 이기고 지는 것에 연연하는 그런 사이로 보이지는 않는다.

 

 

 

▶ 그렇다면 정이 느껴지는 우리 팀 경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 먼저 작년 4월 24일, 1-2로 이긴 수원 원정 경기. 이전에는 현재 살고 있는 지역인 수원을 응원하는 사람이었는데 강원을 응원하면서 수원을 이기니 스릴이 넘치기도 하고 뭔가 특별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한 달 전 춘천에서 컵대회 광주를 5-0으로 이긴 것도 기억에 남는다. 그동안 못 불렀던 아리랑 그 날 목이 쉴 정도로 불렀다.  이 두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제 후반전 시작하겠다. 아쉽지만 이만 마쳐야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선수들이 연패에 빠지다 보니 너무 의욕이 앞서서 부상당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부상당하지 않고 남은 경기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4월 23일 인천전 춘천 홈경기 1-3 패배.

  7경기 1득점에 7연패.

  하지만 그날도 나르샤는 N석에서 선수들을 향해 응원가를 불렀다.

 

 

  <강원이 우승하면 다시 돌아올지 모르겠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이라며 쿨한 척은 다 해놓고 떠난 사람은 팬.이.아.니.다. 우승하는 팀을 찾으려 했다면 무엇보다도 모기업 지원이 빵빵해 걱정 없이 원하는 선수들 수집할 수 있는 팀의 팬이 되면 됐다. 그런데 그런 팀 응원하면서 주변인처럼 맴돌지 않고 진정한 우리 팀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

 

 

  남들이 우릴 보고 <승점 자판기>라고 한다.   승점 자판기라고 불리면 어떤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K리그는 좋은데 응원할 팀이 없었는데, 지금 그걸 따질 땐가.

  승점 빌려줬다가 나중에 우리가 강해졌을 때, 그때 이자까지 쳐서 몇 배로 돌려받기로 하자.

 

 

  지금은 묵묵히 강원만의 길을 걷자. 

  강원 팬이란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자.

  절대 포기하지 말자. 멀지 않았다.

 

 

 

 

 

 

  나르샤는 현재 강릉권, 춘천권, 원주권, 수도권, 광역권으로 나뉘어 있고 경기가 있을 때마다 다 같이 모여 응원을 한다. 5월 5일 어린이날 열릴 부산전, 강릉 종합운동장 N석에서 그들과 함께 강원을 위해 응원가를 불러보는 건 어떨까.

 

 

 

 

 

+ 개인적인 사정으로 앞으로 한 달여 동안 글을 올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6월 11일 강원vs부산 경기 때 다시 뵙겠습니다.

 

 

 

 

 

 

공감하셨다면 클릭해주세요.

 

 

 

 

<본문 관련 링크> 

 

▶ 강원FC 공식 서포터즈 나르샤 바로 가기.

 

▶ 2011.04.23 강원vs인천 프리뷰 보기

▶ 2011.04.23 강원vs인천 리뷰 보기

▶ 2010.11.03 인천vs강원 사진 보기

 

출처 : K리그 토론방
글쓴이 : 으흠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