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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사랑하는 마음은 어렸을 때 심어줘야 합니다.”
겨울이면 새들의 세상으로 변하는 강원도 철원군 중부전선 최전방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지역에서 어린이 두루미학교를 여는 농부가 있다. 철원군 갈말읍 토성리에서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진익태(47)씨는 2000년부터 매년 농사일이 끝나고 아이들의 겨울방학이 시작되면 철원평야에서 두루미학교를 마련하고 있다.
그는 올해도 16∼17일 두루미학교를 열었다. 이번에는 갈말읍 정연리 민통선 내 강원학생통일수련원에 철원지역과 경기도 포천·연천지역 17개교 초등학생 40여명이 입교했다.
참가 어린이들은 16일 솟대 만들기를 비롯해 새 소리 익히기,새 그리기 등을 배웠고,17일에는 철원평야에 나가 현장학습을 했다. 겨울 들판에서 독수리와 두루미 등을 관찰하고 겨울철 먹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새들을 위해 먹이를 뿌려 주면서 새 사랑을 키웠다.
그가 겨울마다 두루미학교를 열고 있는 것은 아이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새를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호기심에 또는 부모의 권유로 마지못해 참여했던 학생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탐조활동의 참 의미와 자연을 내 몸같이 여기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을 보면 뿌듯합니다.”
그는 두루미학교를 운영하는 교장 노릇 외에도 한국생태사진가협회 회원으로 1989년부터 철원평야를 찾는 겨울철새들을 카메라로 기록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99년에는 한국을 방문한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자신이 찍은 두루미 사진 20여점을 전달,영국 황실에 그의 작품이 걸려 있다.
그는 또 환경부가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철새 개체수 조사시 철원지역을 찾는 각종 겨울철새들의 개체수를 파악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최근 조류 인플루엔자(AI)로 철원평야 두루미의 개체수와 위상이 떨어져 아쉬움이 크지만 두루미류는 여전히 철원 주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겨울의 진객입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