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대 팔고 생산 중단한 백조 세탁기
1969년 5월, 주부에게는 생활의 혁명과도 같은 제품이 나왔다. 금성사(현 LG전자)에서 내놓은 백조 세탁기<사진>다. 모델명은 'WP-181'로 세탁통과 탈수통이 분리된 2조식 알루미늄 수동세탁기였다.
세탁 용량은 1.8㎏에 불과했지만 주부의 가사노동 중 가장 힘들다는 빨래를 기계가 대신 해준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빨래를 주무르고 두드리고 비틀어 짜는 중노동에 비하면 '세탁통에서 꺼냈다가 탈수통에 집어넣는' 정도의 작업이 힘든 축에 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비누를 사용해 손으로 빨래해야 한다는 주부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시장을 확대하는 것은 수월치 않았다. 이미 일 본은세탁기 보급률이 70%를 넘어섰지만, 우리나라에선 세탁기를 사치품으로 여겼다.
출시 첫해 생산 대수는 고작 195대였다. 당초 1500대를 계획했던 것에 비하면 참담한 결과였다. 한 대 가격이 5만3000원으로, 그 당시 대기업 대졸사원 초봉이 월 2만원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대한민국 최고의 사치품 중 하나였던 셈이다.
결국 금성사는 생산을 중단했다가 2년 뒤인 1971년 '빨래는 시간의 낭비입니다'라는 세탁기 신문광고를 내세우며 생산을 재개했다. 2㎏ 용량으로 시트 5장과 와이셔츠 10장을 세탁한다고 선전했다. 1974년 생산량이 2만대를 넘어서면서 세탁기 시장이 급속히 커졌다. 경제성장으로 부쩍 늘어난 중산층 가정에서 가정부를 점차 구하기 힘들었던 이유가 컸다. 금성사 백조 외에 무지개(대한전선), 은하(삼성전자), 백구(신일산업), 비너스(한일전기) 세탁기 등이 시장에 나온 것도 그즈음이다.
1980년대 들어서 가장 큰 변화는 통 하나로 구성된 전자동 세탁기가 등장한 점이다. 세탁과 헹굼, 탈수까지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진행되는 것을 말한다.
이어 1990년대 들어 LG전자·삼성전자·대우일렉 간 세탁기 경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졌다. 2000년대 들어 세탁기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은 것은 '드럼세탁기'다. 세탁기 안의 드럼통을 돌리면서 물의 낙차를 이용하여 빨래를 하는 방식이다.
그 사이 한국의 세탁기 제조산업은 세계 1·2위를 다툴 정도로 성장했다. 첫 세탁기였던 금성사 백조의 국산화율은 5%가량에 머물렀다. 대부분의 부품을 일본 히타치로부터 수입하고 한국에서는 별도의 생산라인 없이 세탁기를 조립, 생산해야 했다. 현재 우리 기업들은 세탁기에서 가장 중요한 모터 같은 핵심 부품을 모두 자체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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