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호 감독이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성남전 승리, 그리고 김학범 감독의 데뷔전 대전전 승리. 실로 오랜만의 연승이었다. 2010년 10~11월에 걸친 3연승이 가장 최근에 거둔 연승이었으니 무려 1년 반 만이었다. 이 기세로 울산 호랑이의 아성에도 도전해보고자 했다. 이미 지난 5월 말, 호랑이굴까지 가서 잡아본 경험이 있기에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김신욱과 이근호의 헤딩 두 방에 아쉽게도 무너지고 말았다. 김학범 감독과 두 번째 경기를 치른 강원, 그들은 어떤 경기를 했을까.
1. 김은중-웨슬리 활용법을 달리한 김학범 감독의 한 수.
올 시즌을 앞두고 야심 차게 들여온 카드가 바로 김은중, 웨슬리였다. 강원에 4-4-2 옷을 입힌 김상호 감독은 김은중을 공격수에, 웨슬리를 오른쪽 날개에 활용하곤 했고, 서브 시스템 4-2-3-1하에서도 두 선수의 활용법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렇게 15경기 정도를 소화한 결과는 어떠했을까? 김은중은 20경기 9골로 해결사 역할을 어느 정도는 해낸 반면 웨슬리는 왼쪽의 시마다와 비교해 항상 아쉬움을 남겼다. 그 자리에 김명중도, 장혁진도 넣어보며 정답을 구하고자 부단히 노력했지만 답은 쉽게 보이질 않았다.
성남전 이후 대전전까지의 시간은 기껏해야 열흘 남짓, 게다가 9일에 입국한 김학범 감독이 이틀 뒤 11일엔 왼쪽 가슴에 강원 엠블럼을 달고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 나타났으니 사실상 선수 면면을 파악할 시간조차 제대로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김학범 감독은 웨슬리를 최전방에 놓으며 "그냥 자유롭게, 재밌게 뛰어라"라는 지시를 내렸고, 김은중에게 그 밑을 받치게 했다. 통산 385경기 113골 54도움, 결정력뿐 아니라 연계 능력도 뛰어난 김은중을 무기로 한 노림수는 '신의 한 수'가 되었고, 웨슬리는 해트트릭으로써 그동안의 아쉬움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리고 오늘 울산전, 김학범 감독은 또 한 번 최전방 웨슬리, 쉐도우 김은중 카드를 선보였다. 결과적인 면에서는 1골을 기록하며 어느 정도의 성과는 거뒀다는 생각이다. 전반 41분, 왼쪽 측면에서 정성민이 연결해준 패스를 '마무리 능력을 겸비한 조력자' 김은중이 골로 연결한 것이다. 하지만 그 장면 외엔 전반적으로 아쉬웠다. 주중 경기를 치렀고, 비까지 내리는 궂은 날씨에 체력적 부담을 느꼈는지 공격 진영에서 기대했던 만큼의 활동량을 보여주질 못했다. 김은중뿐만 아니라 함께 1.5선에 배치된 정성민, 장혁진을 향한 볼 투입도 힘들어졌고, 그 결과 웨슬리에게 돌아가는 기회도 적어졌다.
2. 90분 내내 강원을 괴롭혔던 요소, 공중볼.
K리그 16개 구단 중 고공 플레이에 가장 능한 팀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울산을 택할 것이다. 반면 강원은 그동안 해당 분야에서 그다지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 결과 공중볼을 다루는 능력의 차이가 강원을 적잖이 괴롭혔던 경기가 됐다. 먼저 수비적인 면에서 강원은 두 골 모두를 헤딩골로 내주었다. 첫 골의 경우 김신욱이 보통 수비수들은 구경도 못해봤을 상공까지 높게 뛰어올라 헤딩을 시도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수비수들이 같이 점프해 정확한 임팩트를 방해해야 했다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완벽했다. 더욱이 크로스가 떨어진 지점도 골대와 거리가 멀어 김근배의 활동 범위로 커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두 번째 골은 '조금만 더 신경 썼다면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을 진하게 남겼다. 이근호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는 움직임이 좋았다고는 해도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오는 크로스의 궤적, 이근호가 헤딩을 하던 타점의 높이, 주위에 있었던 강원 수비수들의 충분한 숫자를 고려한다면 못 막을 슛팅은 아니었다. 이 골로 후반 초반의 흐름을 울산 쪽에 완전히 빼앗겨 버린 강원은 나머지 시간을 힘겹게 보내야만 했다.
공격적인 측면에서도 공중볼은 강원의 행보에 태클을 걸었다. 기존의 강원은 골킥을 길게 연결하기보다는 바로 앞에 위치한 수비수들에게 짧게 연결했고, 그 진영에서부터 볼을 점유하면서 패스를 통해 전진하고자 했다. 스페인식-바르셀로나식으로 대변되는 이러한 스타일은 그동안 만족할 만한 성공률을 보이지 못했고, 특히 오늘처럼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압박이 뛰어난 팀까지 만난다면 취약할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그래서 골킥을 길게 연결해 머리에 맞혀 떨어뜨리려고는 했는데 울산 수비수들은 야속하리만치 공중볼을 잘 처리해냈다. 공중전에 있어서만큼은 강원의 약세였다.
3. 실점 직후 무너졌던 악습관, 확인해볼 수 있었던 기회.
김상호 감독은 늘 "너무 쉽게 선제골을 내주며 어려운 경기를 했다"는 말을 반복했다. 실점 직전까지는 대등한데 실점 직후부터 급격히 떨어지는 경기력이 큰 고민거리였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시점이 아니라 실점을 하는 순간부터 경기가 끝난 느낌이 들곤 했으니 박동이 약해져 가는 경기력에 브이텍으로 충격을 주고 싶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과연 이 부분은 얼마나 달라졌을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대전전은 0-3 퍼펙트 승리를 거뒀기에 비교해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울산전은 마침 적절한 상황이 부여됐다. 선제 펀치를 맞은 강원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느냐가 관건이었다.
이에 대한 평가도 앞서 언급한 김은중-웨슬리의 변칙 기용처럼 '나쁘진 않았지만 아쉬웠다'고 표현하고 싶다. 전반전 동안 그들이 갖고 있는 능력을 발휘해나가던 강원은 전반 40분 김신욱에 첫 골을 내주었지만, 곧바로 터진 김은중의 골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이 때까지만 해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후반 들어 이근호에게 골을 내준 뒤에는 흐름이 무척이나 처졌다는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교체 투입된 심영성이 일대일 찬스를 잡는 등 결과를 뒤집어보려는 의욕은 보였지만 이는 산발적인 데 그쳤다. 막 지핀 불씨가 선제 실점이라는 바람에 휘청일 때, 이를 더 활활 타오르게 할 힘이 강원엔 절실하다.
보통 팀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1~3년 정도를 잡는데 김학범 감독에게 허락된 시간은 원정 경기 이동 및 경기 후 회복 훈련에 쏟은 시간을 빼면 이틀 정도가 전부였다. 아무리 검증된 명장일지라도 입국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현 시점, 당장은 김학범 컬러를 입히기 힘들다는 소리다. 다만 팀을 만들어가는 첫 단계다 보니 더욱 완벽한 강원의 모습을 보고 싶어 "이것도 고쳐주시고, 저것도 고쳐주세요"하는 바람으로 이것저것 꼬투리를 잡아 써보았다. 일주일 뒤의 전북전에서는 어떤 양상을 보여줄지 굉장히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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