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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에 웃은 전북이 이번 2차전에서도 웃었다. 비록 6위로 정규리그를 마쳤지만 결승까지 올라온 울산의 저력을 무시하기 힘들었던 상황, 이번 2차전에서 전북이 우승에 안착하기까지 겪었던 승부처를 3가지 정도로 압축해 꼽아볼까 한다. 이 승부처들 덕분에 결승전의 내용이 더욱 윤택해졌음은 말해 무엇하랴 !
1. 이동국이 얻어내고 이동국이 놓쳐버린 PK.
예상대로 울산은 많이 지쳐 있었다. 공격진들의 파괴력은 2주 전, 적지에서 서울을 완파하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져 있었다. 수비는 또 어떠했나. 상대 서정진에 일대일 찬스를 잇달아 내주며 고전했고 에닝요의 프리킥은 크로스바를 때리며 울산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다행히 김영광의 눈부신 선방으로 승부의 균형을 유지했던 울산의 전반전, 정규리그에서 한창 경기가 안 풀릴 때의 내용이 그대로 되풀이되는 듯했다.
ⓒ 스포츠조선
99골로 지난 시즌을 끝냈 듯, 새로운 기록 달성은 내년을 기약해야 할 이동국.
에닝요와 루이스가 주축이 돼 공격을 이끌던 전북은 전반 25분, 우승 고지를 선점할 절호의 기회를 잡는다. 3경기 연속 PK를 내준 울산 수비를 상대로 이동국이 또 한 번 PK를 얻어내며 4경기 연속 PK 허용이라는 불명예를 울산에 뒤집어 씌우는 순간이었다. 1차전과는 달리 에닝요 대신 이동국이 키커로 나섰고 이를 성공시킬 경우 우성용의 K리그 최다골 기록인 116호골에 타이로 다가설 수 있었다. 하지만 킥의 코스가 다소 가운데로 몰렸고 김영광이 이를 막아냈다. 이동국의 그 씁쓸한 표정은 참, 뭐라고 표현하기가 힘들 정도로 복잡해보였다.
2. ACL 결승이 떠오른 실점과 구사일생 PK득점.
전반전을 마친 후 더욱더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하겠다던 최강희 감독의 인터뷰, 이는 후반 10분 수비형 미드필더 정훈을 빼고 공격수 정성훈을 투입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기기만 해도 되는 경기였지만 선제골을 넣어야 더 나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판단이 아니었나 싶다. 이런 교체는 후반 5분 정훈을 빼고 김동찬을 넣었던 지난 ACL 결승과도 같았다.
ⓒ 스타 in
클래스란 이런 건가 보다. 죽만 쓰다 에이스로 우뚝 선 철퇴 축구의 중심.
하지만 교체 내용만 똑같으면 좋았을 걸, 정훈을 빼고 난 뒤 바로 상대에 골을 내준 것마저도 똑같아졌다. 정훈이 빠지고 난 뒤, 루시오의 패스를 받은 설기현이 파포스트로 찔러넣으며 선제 득점에 성공한 것이다. 다득점 원칙에 의해 울산에 한 골을 더 내줄 경우엔 다 잡았던 K리그 우승 트로피를 안방에서 손님에게 내줘야 할 판이었다. 한 달 전, ACL 결승이 열렸던 그 날 밤처럼 말이다.
팀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었던 순간,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던 최철순이 최재수와의 경합에서 또 한 번의 PK를 얻어냈다. 4경기에서 무려 6개의 PK, '기부천사' 울산 수비가 선물해준 기회를 이번엔 에닝요가 왼쪽 하단 구석으로 차 넣어 2차전의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3. 루시오의 포스트 강타, 루이스의 판타스틱 골.
후반 10분 정훈 교체아웃, 후반 11분 설기현 골, 후반 14분 에닝요 골. 한바탕 태풍이 휩쓸고 간 전북 극장엔 더 다이나믹한 태풍이 기다리고 있었다. 후반 18분,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이용의 크로스, 이를 헤딩으로 살짝 빗겨친 루시오, 루시오의 머리를 떠나 파포스트를 때린 볼, 얼떨결에 이를 잡은 김민식. 순간 골인가 싶었다. 최강희 감독은 순간 '아차' 싶었을 것이다. 이 헤딩슛이 골이 됐을 경우 1, 2차전의 승부는 원점이 되지만 이후의 흐름은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최강희 감독은 후반 20분, 부진했던 공격수 서정진을 빼면서 김동찬이나 이승현 같은 공격 자원을 투입하기보다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용할 수 있는 손승준을 투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승을 하기 위해선 공격의 즐거움도 필요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이 '골을 내주지 않는 안정적인 수비'와 '흔들리지 않는 전체적인 밸런스'라는 불변의 진리가 생생히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 스포츠조선
뭐 어떻게 흉내낼 수도 없었던 골. 그냥 '쩔.었.다.'
인생사도 모르고 축구도 정말 모를 일이다. 손승준은 투입되자마자 곽태휘의 드리블을 무리하게 저지하며 경고를 받았고 울산은 공격에 한층 더 열을 올렸다. 이 순간 울산의 중거리 슛팅이 조성환의 몸을 맞고 나오더니 이것이 바로 전북의 역습으로 이어졌다. 이 역습은 루이스의 판타스틱한 역전골로 마침표를 찍었다. 20여분의 시간이 남긴 했지만 사실상 이 골은 승부를 종결짓는 골든골 같은 느낌이었다.
이후 울산은 지친 에스티벤을 빼고 김동석을 투입했고 후반 느즈막히 고창현과 이진호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축구에 '만약'이란 없는 법이지만 위에서 제시한 승부처에서 다른 결과가 나왔다면 2차전의 결과를 넘어 우승의 향방까지도 어떻게 됐을지 모를 일이다.
지난 2주 간 K리그를 뒤흔들었던 철퇴의 기적은 여기까지였다. 정말 매력적이고 파괴력 있는 축구였지만 결국엔 전북의 닥공을 넘지 못했다. 아무래도 2주 동안 5경기를 치르며 겪었던 체력 저하가 가장 큰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내년 시즌 ACL 진출을 앞두고 더블 스쿼드 구성을 천명한 만큼 다음 시즌이 더 기대된다.
전북에 축하를, 울산엔 위로를 보낸다.
K리그 팬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던 축구, 내년에도 많이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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