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열린 K리그 14라운드에서는 풍성한 골 잔치가 벌어졌다. 8경기에서 무려 29골이 터졌는데 주워 듣기론 역대 하루 최다 득점 신기록이라고 한다. 14경기에서 고작 3골을 넣은 게 전부인 강원도 골을 넣어 나도 한 몫 했다고 떳떳하게 얼굴 들었으면 좋았을걸, 아쉽게도 광주와 전남과 함께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야 할 것 같다. 많은 골이 터져 K리그 전체적으로는 경사스러운 날이지만 왠지 남의 잔치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김용대
이규로 박용호 아디 현영민
서동현 정성민
고요한 고명진 하대성 제파로프
윤준하 자크미치 권순형 박상진
몰리나 데얀
이민규 곽광선 김진환 오재석
유현
골 : 하대성(전23) 몰리나(전45)
교체 : 자크미치↔이을용(HT) 정성민↔김영후(후15) 윤준하↔장혁진(후24)
데얀↔이승렬(후22) 몰리나↔어경준(후30) 제파로프↔최종환(후43)
1. 위기 넘지 못한 강원, 서울에 무릎꿇다.
강원으로선 한 번 해 볼만도 했지만, 될 듯 될 듯 안 된 경기였다. 서울은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마자 홈 팀 강원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몰리나와 데얀이 폭 넓게 움직이며 중앙 공략을 도왔고 좌우 측면으로는 제파로프와 고요한이 깊숙이 쇄도하며 강원의 골문을 노렸다. 이런 상황에서 강원 선수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잔실수가 많이 나왔다. 특히 셋피스 상황에서 골키퍼와 수비와의 호흡 불일치로 아찔한 장면이 몇 번씩이나 반복됐는데 그 상황을 잘 참고 어떻게라도 넘겼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하지만 그 위기를 넘지 못했고 전반 23분이라는, 여느 경기와 비교해 다소 이른 시각에 상대에 골을 내주고 말았다. 선제골을 내준 이후 서울에 반격하는 모습을 되돌아 봤을 때 선제골을 허용한 시각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아니면 강원이 조금만 더 일찍 살아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래도 한 골을 실점한 상황이었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기에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반 종료 직전인 45분, 추가골을 내주고 말았다. 후반 초반에 분위기를 잡아서 따라갈 수도 있다는 희망이 산산조각나는 순간이었다. 라커룸으로 향하는 선수들의 맥이 빠질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시즌 전에 많은 축구 전문가와 팬들이 서울과 수원을 2강으로 꼽았던 것처럼, 오늘 맞붙은 두 팀의 실력 차이는 분명히 존재했을 것이다. 어떻게보면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다만 두 골이 터진 시점이 서울엔 더할 나위 없는 호재로, 강원엔 치명적인 악재로 다가왔다는 것이 오늘 경기를 본 전반적인 소감이다.
2. 중앙에서의 커팅력, 승부를 가르다.
오늘 경기에서 양 팀의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지역은 중앙 미드필드 구간이었다. 권순형-자크미치에 이을용, 그리고 하대성과 고명진이 나선 중앙 미드필드 진영은 서울의 강한 압박이 확연히 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이 구간에서 움직이던 강원의 선수들은 하대성-고명진 라인의 집중 견제에 90분 내내 시달려야만 했다. 권순형, 자크미치 뿐만 아니라 그 구간을 움직이던 서동현과 박상진 등 타 포지션의 선수들까지 이 구간에서 볼을 점유했을 때에는 굉장히 애를 먹었다. 경기 전체의 점유율은 52(강원)vs48(서울)로 강원이 앞섰지만 실질적인 경기 내용에 영향을 끼쳤을 중앙 장악력은 서울이 앞섰다는 게 필자의 견해다.
특히 강원 선수들이 보여준 중앙에서의 볼터치가 다소 길었던 것이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상대 선수가 사방에서 달려올 때 볼 터치의 횟수를 조금만 더 줄여서 빨리 측면으로 돌리거나 전방으로 넣어주었더라면 조금 더 많은 찬스를 잡지 않았을까 싶다. 승리를 거둔 이전 두 경기(부산전, 대전전)에서는 상대가 서울보다는 상대적으로 약한 허리를 보유하고 있었기에 공격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조금은 순탄했다. 하지만 오늘은 공격으로 가는 길이 꽤나 험난했던 게 사실이다.
경기 초반, 생각만큼 경기가 풀리지 않았을 것이고 그러면서 선수들 전체가 위축된 상태로 경기에 임하지 않았나 싶다. 0-2로 패하긴 했지만 강원이 더 강한 팀이 되기 위해선 언젠가는 맞아야 할 주사를 맞은 경기라고 평하고 싶다.
3. 슛팅 찬스가 났을 때 조금만 더 과감했더라면.
한 가지 상황을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위 사진은 박상진이 볼을 갖고 상대 진영으로 들어가던 중 옆에서 달려오던 권순형에게 횡패스를 하는 장면이다. 이 상황에서 박상진의 선택은 일반적으로 세 가지 정도로 압축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권순형에게 패스하는 방법, 전방으로 침투하는 김영후에게 패스하는 방법, 아니면 직접 슛팅을 시도하는 방법 정도다.
필자가 하고픈 얘기는 위 상황 자체를 , 횡패스 자체를 지적하려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과감해져도 된다는 소리다. 오늘 경기에서 서울의 중앙 미드필드 진영은 틈이 안 보일 정도로 압박이 강했지만 중앙 미드필드와 수비 라인 사이의 압박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서울의 수비는 볼을 소유하면서 상대 진영으로 돌진하는 강원 선수에게 충분히 슛팅을 시도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제공해주었음에도 강원 선수들은 다소 주춤거리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지난 기록들을 들춰보자면 강원 선수들 중에서 90분 동안 상대 골문을 향해 슛팅을 시도하는 선수는 몇몇 특정 선수로 정해져 있을 정도이니 이것이 비단 오늘 경기만의 문제점은 아닐 것이다.
더 좋은 찬스를 만드는 것도 좋다.
하지만 찬스가 좋고 나쁨의 정도는 크게 중요치 않다. 골만 넣으면 장땡이다.
불과 일주일 전 부산전을 떠올려 보라. 일단 전방으로 패스를 하니 상대 팀 선수가 대신 넣어주지 않던가.
오른발을 주로 쓰는 선수에게 왼발로 슛팅을 해야하는 위치가 주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상황에 때리지 못하면 슛팅 찬스는 날아가 버리고 도리어 역습을 당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본인이 자신 없는 발에 걸렸더라도, 데굴데굴 굴러가는 소녀슛이라도 좋으니 일단은 지르고 보자.
정 아니다 싶으면 남아공 월드컵 아르헨티나 전에서의 염기훈처럼 자신이 자신 있는 발로 슛팅을 하자. 안 들어가면 마는 거지, 안 때리는 것보단 낫지 않은가.
찬스가 생긴다면 우리 모두 조금만 더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자.
너무 우울한 얘기만 한 것 같기도 하다. 잊지 말자. 일주일 동안 열린 홈 경기 3연전에서 강원은 무려 2승이나 챙겼다는 사실을. 충분히,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 특히 부상 선수들의 속출로 가용 자원이 줄어들면서 현재 뛰고 있는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쉽지 않았을 텐데 정말 수고 많았다고 박수를 쳐주고 싶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사실, 1승 3무 10패 16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규리그 첫 승을 거뒀고 FA컵 8강에 진출하며 한숨은 돌렸지만 아직은 갈 길이 먼 강원이다. 다음 주에는 전남 원정을 떠나야 한다. 일단 앞으로 주어지는 이틀의 휴식기 동안 체력을 보충하고 주중에 부족한 점 잘 보완해서 조금 더 발전한 모습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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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6.19 K리그 14R] 강원vs서울 리뷰
▶ [2011.06.19 K리그 14R] 강원vs서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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