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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종료 2분 전, 김영후가 만들어 낸 기적.

달림토미 2010. 8. 29. 16:33

 

  집에 와서 뉴스를 보니 죄다 K리그 슈퍼 매치라는 수원vs서울 매치 얘기뿐이다. 수원 월드컵 경기장의 관중 신기록을 세웠으며 2골을 넣은 다카하라와 가수 카라가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이 된 모양이다. 그 다음 순위가 K리그 통산 10번째로 40-40클럽에 가입한 제주의 김은중 얘기다. 강원은 <강원FC, 홈경기 대구전 승리>라는 제목의 짧막한 기사뿐인데 이런 극적인 승리를 현장에서 목격한 기자분들이 얼마 안 계셔서 그런가 보다.

 

 

 

  주목 받지 못하면 어떠랴. 경기장에 모인 10,000 여명의 관중과 티비로 시청한 강원팬들이 92분에 일어난 <우리 팀>의 기적을 목격했으니 충분히 행복하지 아니한가. 오늘 경기, 우리의 열기가 이러했으니 언젠가는 대한민국 모든 축구팬들이 주목하는 팀이 되고, K리그 슈퍼 매치의 주인공도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승리의 기쁨은 잠시 뒤로 하고 오늘 경기에서 있었던 일들 자세히 풀어써 보겠다.

 

 

 

 

 

 

1. 기적이 일어난 경기.

 

 

 

  참 사연 많았던, 우여곡절 다 겪은 경기였다. 전반 28분, 31분 연달아 상대편 골대를 두드리더니 후반 44분에는 우리 편 골대를 얻어맞았다. 지난 4월 18일 부산전에 이어 또 한 번 이렇게 0-0 무승부가 기록되나 싶었다. 홈 경기였고 상대는 14위 대구였던 상황에서 골이 터지지 않았을 경우 급해지는 건 강원일 수밖에 없었다. 덩달아 프리뷰에 <화끈한 공격 축구를 구사하는 두 팀이 만나는만큼 불꽃 튀는 접전으로 많은 골이 터질 것>이라고 써놨던 필자 또한 초조해졌다. 하지만 3분 뒤인 후반 47분, 유현-바제-김영후로 연결된 플레이에서 극적인 골이 터졌다. (비록 한 골밖에 안 나왔지만 골대를 맞춘 것이 총 3번이니 2-2 쯤으로 여겨주세요ㅠ)

 

 

 

 

   프리뷰에서 언급했던 <휘슬이 울리기 직전, 더욱 더 집중력이 필요한 시기> 단락은 막판에 실점하지 말자는 취지로 쓴 내용이었는데 도리어 우리가 득점을 하며 지난 대전전에 이어 또 한 번 <강원 극장>을 연출해 냈으니 이보다 기쁠 수가 있을까. 오늘 승리 덕분에 강원은 12위로 한 계단 뛰어 올랐고 중위권 순위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너무나도 귀중한 승리였다. 또, 작년 5월 16일 대구와의 홈 경기에서 94분 곽광선의 버저비터 골로 2-2 무승부를 이끌어 낸 데 이어 또 한 번 극적인 경기를 했으며 역대 전적 2무 2패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대구를 무실점으로 꺾었다는 데에서 오늘 경기의 의의를 찾고 싶다.

  오늘 경기는 딱 한 단어, <기적>이라 표현하고 싶다.

 

 

 

 

 

2. 예상치 못했던 대구의 소극적인 경기 운영.

 

  대구가 이토록 소극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적잖이 놀랐던 경기였다. 전반 초반 서로 탐색전을 벌이느라 조심스러운 경기를 했다는 것은 이해가 된다. 평소 공격적이었던 두 팀이 수비 라인도 높게 가져가지 않고 측면 풀백의 오버래핑도 최대한 자제하며 조심스러운 경기를 했다. 그런 과정 속에서 강원은 정경호와 이창훈의 측면에 의존한 공격 패턴으로 경기를 풀어나갔고 대구 또한 측면 돌파를 통해 2선에서 침투하는 선수에게 연결하는 식으로 경기에 임했다. 전반전 슛팅 개수가 강원이 9개, 대구가 7개로 다른 경기에 비해 많았던 터라 후반전에는 많은 골이 터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후반전은 정반대였다. 대구는 수비 진영을 플랫 3로 전환했는데 말이 3명의 수비였지, 측면 윙백까지 완전히 내려와 플랫 5에 가까운 경기를 했다. 강원으로 치자면 지난 서울전 포메이션에서 강선규와 이상돈이 내려와 김봉겸, 곽광선, 김승명과 함께 수비에 동참했다는 것 정도로 볼 수 있겠다. 전반엔 조금씩 살아났던 측면이 대구가 수비에 변화를 주면서부터는 완전히 봉쇄돼버렸다. 도무지 틈을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었다. 관중석의 여러 아저씨들께서 <볼 돌리지 말고 앞으로 좀 가자>고 소리치셨지만 별 수 없었다. 틈이 보여야 치고 들어가지, 공간이 없는데 무리하게 비집고 들어가다가는 역습 허용에 실점 위기를 맞을 뿐이었다. 그래서 안성남과 리춘유, 그리고 교체해 들어온 권순형이 계속 볼을 옆으로, 뒤로 돌리면서 상대가 앞으로 나오기만을 기다렸을 것이다. 간혹 하정헌이 두터운 수비를 뚫으며 중앙으로 양질의 크로스를 제공해 주긴 했으나 그 외엔 대체로 답답한 경기를 했다. 김영후의 골도 상대 공격을 끊어낸 후 바로 연결해 준 유현의 빠른 판단 덕분이었지, 조금만 늦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골이었다.

 

 

 

  지난 대전전에 이어 상대가 플랫 3를 갖고 나올 경우 유난히 고전했던 강원이다. 승점 3점을 쟁취해 낸 것엔 박수를 보내지만 오늘 고전했던 점에 대해 확실히 체크하고 반드시 대비책을 세워 놔야하지 않을까.

 

 

 

 

 

 

3. 최순호 감독, 김영후 인터뷰.

 

 

 

▶ 최순호 감독 경기 후 소감

: 너무 극적이라 가슴이 많이 떨린다. 상대가 조금 소극적으로 나오면서 우리가 공격 방향을 쉽게 찾지 못했다. 그래도 우리가 필요한 만큼 기회를 만들었고 슛팅도 필요한 만큼 했고 우리에게 운이 따르지 않는 듯 했지만 마지막에 신은 강원의 손을 들어줬다. 정말 축구란 것이 짧은 시간에 극적일 수 있고, 유현의 탁월한 선택과 바제의 정석적인 플레이, 김영후의 능력이 강원FC의 오늘 경기와 앞으로의 경기에 길을 활짝 열어줄 수 있으리라 본다.

 

 

 

홍 : 대구가 후반 들어 3백으로 전환을 했다. 말이 3백이었지 실상은 측면 윙백도 수비에 가담해 5백에 가까운 경기를 해 강원의 공격수들이 상대를 쉽사리 공략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어떤 주문을 했는지 궁금하다.

최 : 우리가 때로는 원톱, 때로는 투톱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상대가 수비를 하나 늘렸다. 김영후를 좀 더 미드필드 진영으로 내려서 미드필더의 숫자를 늘리면서 양쪽 사이드 공간과 가운데 공간을 노렸는데 의도했던 대로 잘 진행됐다.

 

 

 

홍 : 이번 대구전에서 내용과 결과 모두 잡겠다는 인터뷰를 했는데 오늘 경기 만족하는지.

최 : 결과는 아주 극적이었고 내용면에서도 상대가 조금 소극적이긴 했지만 잘 했다. 이런 내용이 주 경기 내용이 돼서 스피드 있고 템포가 빠른 경기를 하는 것이 목표다.

 

 

 

 

 

 

김영후 선수 경기 후 소감

: 우리 팀에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 모두 하나가 돼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것이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고 홈에서 많은 승이 없었는데 홈팬들에게 승리를 안겨준 거 같아 굉장히 뿌듯하다.

 

 

홍 : 전반에 골대를 맞추고 난 후 후반 막판까지도 골이 터지지 않았다. 혹시 그 장면이 계속 신경 쓰이지는 않았는가.

김 : 골대 맞춘 것은 골대 맞춘 거고 그 상황을 빨리 지우고 임하는 것이 심리적인 부담 면에서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경험이 계속 쌓여왔기에 최대한 잊으려고 노력했다.

 

 

 

 

 

 

4. 강원을 기다리는 험난한 일정.

 

  8월 전적 2승 1무 1패. 대전과 대구라는 잡을만한 팀은 다 잡았고 울산과의 경기에서도 무승부를 기록해 승점을 차곡차곡 쌓는 데에 성공했다. 하지만 오늘 승리로 2010시즌이 끝난 건 아니니 오늘까지만 좋아하고 내일부터는 나머지 일정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앞으로의 경기 일정을 살펴봤다.

  우선 다음 주 강릉에서 최근 리그 5경기 5연승을 기록 중인 수원을 만난다. 그 다음 주에는 디펜딩 챔피언 전북을 만나기 위해 전주로 가고, 추석 연휴를 앞둔 주말에는 부산 원정을 떠난다. 9월의 마지막 주에는 성남을 춘천으로 불러들인다. 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언제 우리에게 쉬운 팀이 있었는가. 오늘 경기에서 보여준 홈 관중의 열기는 앞으로의 험난한 일정도 잘 이겨낼 수 있단 걸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 강원일보

 

함성, 들리시나요.

일주일 뒤에는 수원을 홈으로 불러들입니다.

15위였던 그들이 어느새 7위입니다.

이제는 6강을 노리는 그들의 기세가 여간 무서운 게 아닙니다.

하지만 오늘처럼 우리 <함께>라면 또 한 번의 승리가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가을로 가는 길목, 9월 4일 토요일 오후 7시, 강릉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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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K리그 토론방
글쓴이 : 으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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